“조선왕조 500년 기록과 그 보존 정신 되새길 때”

“조선왕조 500년 기록과 그 보존 정신 되새길 때”

입력 2013-07-22 00:00
업데이트 2013-07-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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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논란에 일침..’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완간한 박시백 화백

“’조선왕조실록’에는 왕과 신하가 함께했던 회의 내용 등 500년에 걸친 기나긴 왕조사가 기록돼 있습니다. 특정 정파가 집권하면 정파적인 시각에 따른 해석도 많지만 팩트(사실) 자체는 그대로 기록돼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 보존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역사만화의 새 지평을 연 대하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20권으로 완간됐다.

2003년 7월 조선의 개국을 다룬 제1권 ‘개국’ 편을 펴낸 지 10년 만의 결실이다.

10년에 걸친 대장정을 끝마친 박시백 화백은 22일 “무엇보다 작업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편인 20권 ‘망국’ 편 출간에 맞춰 이날 기자들과 만난 그는 “실록의 제작과 보관 전 과정에 걸쳐 선조의 노력이 담긴 전 세계에 보긴 드문 기록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왕이라고 해도 당대에 (실록을) 보지 못하게 했고 4개 사고에 실록을 보관해 지금까지 잘 보관해온 점에서 기록에 대한 선조의 태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해 NLL(북방한계선) 논란과 관련해서는 “500년 동안 이어져 온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선조의 기록과 보존 태도를 되새겨볼 때가 아닌가 한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대 사극을 보면서 조선 역사에 푹 빠진 박 화백은 2001년부터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박 화백은 “처음엔 만화로 조선의 정치사를 쉽게 옮기자 정도의 목표를 갖고 출발했지만, 작업을 하면서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실’이 실록과 배치되는 것은 물론 드라마, 대중 역사서에 실록과 다른 내용이 많아 실록 자체를 제대로 전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역사적 내용으로는 훈민정음 제작 과정을 꼽았다.

”세종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조선의 왕이지만 세종을 소개한 대중 역사서 중 제대로 실록에 기반을 둔 책을 보지 못했습니다. 훈민정음도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데 어불성설입니다. 당시 한글 창제에 반대했던 한 신진 학자는 누구보다 집현전을 대표하는 학자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종이 한글을 내놓자 현대의 학자들이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워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추론한 것입니다.”

또 조선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는 세종을 꼽았다.

그는 “세종대왕은 하늘이 내린 인물이라는 느낌”이라면서 “타고난 자질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일을 추진할 때도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신하들을 설득했으며 어마어마한 추진력으로 일을 끝까지 해냈다”고 소개했다.

”사극을 보고 재밌어서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그리게 됐는데 이 작업을 한 뒤에는 사극이 재미없어서 안 보게 됐다”는 박 화백은 사극 제작 방식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극을 표방한 사극들이 사실에 제대로 기반을 두지 않고 있다”면서 “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경우 취지도 좋고 한글 창제에 대한 세종의 열망을 잘 전달했지만 모든 사람이 역사를 공부하고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닌 만큼 왜곡된 관점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권 ‘망국’ 편에는 동학농민운동부터 조선이 일제의 침략으로 패망할 때까지의 역사를 담았다.

박 화백은 “처음에는 철종실록까지 18권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망국 과정이어서 굉장히 아프고 답답한 측면이 많았지만, 현재 우리가 보기에 답답하고 안쓰러운 시대에도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은 있었다”면서 “임진왜란 때는 의병이 있었고 (구한말에는) 의병과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슬픈 역사만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을 펴낸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국내에서 지금까지 70만 부가 넘게 팔려나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해외에도 널리 소개할 계획이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조선왕조실록이 만화라는 장르를 만나서 대중화된 첫 사례”라면서 “해외에 단순히 번역 소개하는 게 아니라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처럼 해외의 우수한 출판사들이 관심을 갖고 스스로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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