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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차 한잔] ‘우리 혜성 이야기’ 펴낸 안상현 박사

[저자와 차 한잔] ‘우리 혜성 이야기’ 펴낸 안상현 박사

입력 2014-02-22 00:00
업데이트 2014-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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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헌 속 관측자료는 천문학자들의 보물창고

“우리 조상들이 남긴 천문 관측 기록들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쁘고 놀라웠던 것은 우리 옛 문헌에 천문 관측 자료가 매우 풍부하다는 점이었어요. 현대의 천문학자들에게 수백년에 걸친 천문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 관측 자료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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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혜성 이야기’의 저자 안상현 박사가 책 표지에 실린 성변측후단자를 설명하고 있다. 대혜성이 나타났던 1664년 11월 7일(양력 12월 23일) 밤 11시~오전 1시에 관측된 기록이다. 손으로 그린 혜성의 모습과 관측 결과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우리 혜성 이야기’의 저자 안상현 박사가 책 표지에 실린 성변측후단자를 설명하고 있다. 대혜성이 나타났던 1664년 11월 7일(양력 12월 23일) 밤 11시~오전 1시에 관측된 기록이다. 손으로 그린 혜성의 모습과 관측 결과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옛 문헌 속에 잠자고 있던 혜성에 얽힌 이야기를 천문학자의 시각에서 풀어낸 ‘우리 혜성 이야기’(사이언스북스)를 쓴 안상현(43·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체계적으로 발달된 천문 관측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혜성 관측 기록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 다양한 문헌에 남아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관상감(觀象監)의 천문학자들이 밤낮으로 천문·기상 현상을 관측해 성변측후단자(星變測候單子)와 풍운기(風雲記)를 남겼다. 일정 기간 계속된 천문 현상을 모은 책 ‘천변등록’(天變謄錄)을 만들었다. 또한 매년 1월과 7월의 상순에 각각 6개월 동안 일어난 천문기상 현상들을 발췌해 정리한 ‘천변초출’(天變抄出)을 역사 기록을 담당한 춘추관에 보냈다. 이렇게 보고된 내용들은 ‘승정원일기’에 기록되고, 사초로 두었다가 ‘조선왕조실록’에도 수록됐다. 왕실 천문학자들은 여러 천문 현상 중에서 흰 무지개가 해나 달을 뚫는 경우, 지진, 혜성, 영두성(낮에 별똥이 보이는 것)은 아주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일급 천변으로 봤다. 특히 혜성은 재앙의 전조로 특별히 다뤘다.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혜성은 반란, 전쟁, 죽음, 질병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왕은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고 사면령을 내리는 등 선정을 베풀고 제사도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대 천문학과 박사과정 시절에 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2000, 현암사)로 우리 조상들이 관측한 별자리를 소개한 바 있는 그는 통섭형 학문인 역사천문학 분야에서 발군의 성과를 보이는 소장학자로 꼽힌다. 천문학도로 우주론을 연구하던 그가 역사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1년 가을 사자자리 별똥 소나기가 제공했다. “혜성의 잔재가 대기권을 지나면서 만들어 내는 멋진 모습에 매료돼 옛 문헌에 담긴 기록들을 찾아 연구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려사에 기록된 별똥과 별똥 소나기 기록부터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종가의 종손이어서 어려서부터 족보를 들여다보며 역사와 한문에 대한 관심을 키웠던 그는 갈고닦은 수준급의 한문 실력으로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외규장각의 천문서적, 정두원의 천리경 등 옛 문헌을 샅샅이 뒤졌다.

그는 “과거 왕들에게는 귀중한 통치 자료였고 현재 천문학자들에게는 소중한 데이터가 될 기록들이 전란이나 궁궐 화재로 소실되고 국외로 반출된 점은 아쉬움을 넘어 너무 분한 일”이라고 했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으로 관상감이 해체되고 제물포에 총독부관측소가 만들어졌다. 그때 소장으로 부임한 와다 유지가 관상감 천문학자들의 기록을 일본 천문학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천문월보’에 논문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그 후로 관측 기록물들은 대부분 종적을 감췄다. 그는 “현재 일본 어딘가에 조선 천문학자들의 관측 기록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언젠가 우리 손에 돌아와야 할 귀중한 사료들”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4-02-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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