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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죽음을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자발적 죽음을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입력 2014-03-15 00:00
업데이트 2014-03-1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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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세기 유럽의 인식 통해 삶과 죽음의 윤리 살펴

자살의 역사/조르주 미누아 지음/이세진 옮김/그린비/516쪽/2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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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단순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 관계의 고통, 철학적 번뇌 등 다양한 이유가 얽히고설킨 결과물이다. 사진은 자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프리다 칼로의 ‘도로시 헤일의 자살’(1939) 그린비 제공
자살은 단순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 관계의 고통, 철학적 번뇌 등 다양한 이유가 얽히고설킨 결과물이다. 사진은 자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프리다 칼로의 ‘도로시 헤일의 자살’(1939)
그린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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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영원의 문턱에서’(1890)
빈센트 반 고흐의 ‘영원의 문턱에서’(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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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단순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 관계의 고통, 철학적 번뇌 등 다양한 이유가 얽히고설킨 결과물이다. 사진은 자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헨리 월리스의 ‘채터턴의 죽음’(1856). 그린비 제공
자살은 단순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 관계의 고통, 철학적 번뇌 등 다양한 이유가 얽히고설킨 결과물이다. 사진은 자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헨리 월리스의 ‘채터턴의 죽음’(1856).
그린비 제공




세계적인 자살률, 처지를 비관한 자살, 나약한 의지의 발로…. 연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식이 들려오고 그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진다. 생활고, 실연, 치욕, 폭력, 이런저런 이유에 우울증까지 갖다 붙이면서 자살을 선택한 이유를 꼽아낸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것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말처럼 이유를 단순화할 수 없다. 오히려 알베르 카뮈의 말대로 자살은 “심각하고 유일한 철학적 문제”다. 과연 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로 소급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조르주 미누아가 쓴 ‘자살의 역사’는 자발적 죽음에 대한 오랜 논쟁 중에서도 16~18세기 유럽의 자살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이 시기를 ‘자발적 죽음에 대한 성찰이 각별했던’ 때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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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말인 16세기까지 자살은 신의 섭리에 대한 불복종이자 살인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자살자의 시신은 가혹행위를 당하고 재산은 몰수됐다. 감춰야 할 일이었던 탓에 당연히 기록도 파편적으로 남아 있다. 시인 루크레티우스, 정치가 브루투스나 세네카 같은 유명한 자살 사례가 중세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고 자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귀족에게는 간접 자살이라는 대체행위가 있었다. 유희적 자살이라고 불리는 마상시합이나 자발적 순교로 포장한 전쟁이다.

르네상스 시기에도 자살은 대체로 비난을 받았지만 문학과 연극판에서는 그에 대해 다른 시선을 보였다. 인쇄기술의 발달로 루크레티우스, 브루투스, 세네카 등의 전기물이 읽히면서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왜 자살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햄릿’과 같은 연극무대를 통해 생과 사를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이 거듭 투영되면서 자살이 하나의 개인행동이라는 의식이 싹텄다. 계몽주의로 넘어가는 18세기 초 영국에서 처음으로 ‘자기 살해’를 ‘자살’(suicide)로 불렀다. 영국에서 매주 ‘사망 내역’을 실은 신문이 발간됐고 유서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실연, 가정불화, 수치, 회한 등 일반적인 인생사가 자살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자살에 대한 평가는 다른 양상이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자살의 ‘계급 차별’이다. 귀족이나 지성인의 자살은 명예 회복의 길이요, 지적 성찰과 회한의 결과로 봤다. 그러나 평민의 자살은 비참하고 지난한 현실의 결과나 책임 회피로 치부됐다.

책은 19~20세기 자살의 원인과 평가도 언급하면서 차근차근 핵심으로 다가간다. 자살 논쟁이 치열했던 16~18세기에는 인간의 자유라는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했지만, 19~20세기에는 자살에 사회·심리학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개인의 죄의식을 부추기고 집권층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자살을 은폐해 오히려 논쟁과 고민이 퇴행됐다고 분석한다. 죽음보다는 삶이 낫다는 전제로 고통을 견디고서라도 살아야만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는지, 자살의 과거사를 탐구하면서 ‘죽음 윤리’를 환기시킨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3-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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