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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가 연꽃같은 모기, 꼬리를 자른 고양이, 왕을 알아본 코끼리…조선 사람의 동물이야기

주둥이가 연꽃같은 모기, 꼬리를 자른 고양이, 왕을 알아본 코끼리…조선 사람의 동물이야기

입력 2014-03-22 00:00
업데이트 2014-03-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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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물기/김흥식 엮음/정종우 해설/서해문집/544쪽/1만 5000원

“모기의 생김새를 보면 날개와 다리는 가늘고 약하며 주둥이는 코끼리 코처럼 길어서 앉아 있을 때는 주둥이로 버티고 날개는 들고… (중략) 벽에 앉아 있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하나의 주둥이 끝이 더부룩한 것이 마치 연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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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은 모기를 이리 세세하게 들여다보다니 관찰력이 뛰어나달까, 참 한가하달까.

“중국에 갔을 때 사람들이 집에서 고양이 기르는 걸 보았는데, 모두 꼬리를 잘랐고, 성질이 매우 온순했다. … 그곳 사람들에게 들으니, 정월 첫 인일(寅日), 즉 호랑이날 꼬리를 자르면 이처럼 순해진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모기 얘기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시문집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발췌한 것이다. 남송 시인 범성대가 모기를 소재로 지은 시에 ‘화훼’(花喙)라는 말이 있기에 벽에 붙은 모기를 보니 과연 주둥이가 연꽃 같더라는 것이다. 이덕무는 “옛사람들이 물건을 살필 때 사소한 것도 빠뜨리지 않아서 이처럼 정교하고도 미세한 부분까지 찾아냈다”고 감탄했다. 작은 모기를 뚫어져라 바라본 이덕무의 집중력도 범성대에 버금간다.

뒤에 나온 고양이에 관한 것은 조선 중기 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담긴 내용이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을 해치는 짐승인데 중국에서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기에 궁금해 물어봤더니 ‘고양이를 순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수광은 물론 “반드시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듯하다”면서 반신반의한 심정을 덧붙였다.

‘동물기’를 쓴 어니스트 시턴이나 ‘곤충기’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처럼, 조선 학자들도 자연에 눈을 돌리고 그들의 생태를 꼼꼼히 기록했다. ‘지봉유설’ 같은 최초의 백과전서나, 실학자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 풍속과 일화를 실은 어숙권의 ‘패관잡기’ 등에서 다양한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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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물기’는 그 서적들 곳곳에 숨은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뽑아 엮었다. 놀랍도록 상세한 생물학적 이치부터 경험과 고증, 현상, 소문 등을 바탕으로 한 기술과 사색까지 다양하다. 저자인 김흥식은 “그것이 옳으냐, 틀리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호사가적 취미”라고 과학적 분석과는 선을 그었다. 고서에서 동물 이야기를 뽑아낸 것은 동물학적 지식을 얻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동물을 바라보는 태도를 느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책에 등장한 동물 중에는 말이나 호랑이처럼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코끼리, 기린, 맥, 용 등 보기 어려웠을 것들도 끼어 있다. 효종의 즉위를 명나라 코끼리가 알아봤다는 얘기나 상서로운 동물 기린과 포악한 기린의 차이, 머리가 없는 용의 비밀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도둑고양이의 습성을 보고 환경에 대해 성찰하고, 키우다가 풀어준 촉새가 계속 찾아오는 것을 보고 인간의 도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간간이 조금 어려운 해석이 보이고 덧붙인 해설이 본문 내용과 다른 부분도 보인다. 저자가 쏟은 정성만큼 흥미롭고 독특하며 의미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3-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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