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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 키우는 모멸감 원인은

폭력성 키우는 모멸감 원인은

입력 2014-03-29 00:00
업데이트 2014-03-2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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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김찬호 지음/문학과지성사/324쪽/1만 3500원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이나 범죄의 원인으로 모멸감이 지적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업신여기고 얕잡아 본다’는 뜻의 모멸. 안타깝게도 모멸감이 부르는 개인적 일탈과 공동체적 해악은 이제 심각한 수준으로 번진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인 모멸감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해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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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은 지금 한국의 일상에 만연한 모멸감을 키워드 삼아 우리 사회를 해부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한 모멸과 모멸감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국내서’라는 출판사 측의 소개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모멸이란 개념에 대한 천착이 신선하다. 인문학·심리학 문헌과 문학작품은 물론 뉴스 기사며 TV 드라마·영화 대사까지 훑어 건져 올린 모멸의 사례와 일상 속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모멸감의 수준이 세대·계층 구분 없이 폭력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모멸감이 맹위를 떨치는 원인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낸다. 무엇보다 조선시대의 귀천 의식과 신분적 우열 관념이 자의적으로 청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급격하게 추진된 산업화와 급변한 사회 환경이 모멸감 만연의 큰 요인임을 들춰 낸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위신을 확인하려는 문화 또한 모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런 현실에서 크고 작은 모멸감이 가중되고 훼손된 자아를 보상받으려는 집단 콤플렉스가 공격적 민주주의와 편협한 인종주의로까지 번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이 모멸과 모멸감을 ‘정서적인 원자폭탄’에 비유하곤 한다. 자신을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시키는가 하면 타인과 세상에 대한 폭력으로 폭발한다는 까닭에서다. 책은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이란 부제 그대로 단순한 모멸의 사례 소개에 그치지 않고 해결책 제시로 이어 간다는 점에서 도드라진다. 그리고 그 해결책의 초점은 낮은 자존감 극복에 맞춰진다.

책대로라면 학력, 외모, 경제력, 피부색의 외형적 차이를 절대화하면서 멸시하는 문화와 사회 풍토의 개혁이야말로 모멸과 모멸감을 줄이는 우선적 해법인 셈이다. 저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넘어 ‘느끼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다소 생소하지만 ‘모욕 감수성’의 소개로 비쳐진다. 모멸감에 취약한 심성에 대해 개개인이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존중과 자존의 문화는 분명 여럿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그 출발과 귀결의 지점은 결국 각자의 내면에 있다.’ 작곡가 유주환이 이 책을 읽고 작곡한 10개의 곡이 수록된 CD는 덤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4-03-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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