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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작가 이상의 이름, 스케치상자에서 따온 것?”

“천재작가 이상의 이름, 스케치상자에서 따온 것?”

입력 2014-08-31 00:00
업데이트 2014-08-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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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교수, 이상 연구 집대성한 ‘실험과 해체’ 출간

‘오감도’(烏瞰圖), ‘날개’와 같은 난해하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당대 문단에 큰 충격을 줬던 천재 작가 이상(李箱·1910~1937)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김해경은 왜 이상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됐을까.

가장 일반적인 설은 이른바 ‘공사장 유래설’이다.

이상의 여동생인 김옥희는 1964년 ‘신동아’를 통해 이상이라는 필명이 건축 공사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해경이라는 본 이름이 李箱으로 바뀐 것은 오빠가 스물세 살 적 그러니까 1932년의 일입니다. 건축공사장에서 있었던 일로 오빠가 김해경이고 보면 ‘긴상’이래야 되는 것을 인부들이 ‘李상’으로 부른 데서 이상이라 自稱(자칭)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깁니다.”

이상의 오랜 벗인 김기림도 공사장에서 어느 인부가 ‘이상-’이라고 부른 것에서 이상이라는 이름이 비롯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주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이상 연구서 ‘실험과 해체’(지식산업사)에서 이상의 필명 유래에 관한 새로운 설을 소개했다.

이상의 친구였던 서양화가 구본웅이 이상이 경성고등공업학교(경성고공)에 입학한 것을 기념해 이상이 평소 갖고 싶어했던 스케치 상자를 선물했고, 이상이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아호에 상자를 뜻하는 ‘箱’자를 넣어 ‘이상’이라는 필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보성고보를 졸업한 이상은 1926년 경성고공 건축과에 입학했다.

김 교수는 “현재 남아 있는 자료 가운데 ‘이상’이라는 필명이 가장 먼저 쓰인 사례는 경성고공 졸업 앨범(1929년)”이라면서 이상이라는 필명이 고공 재학 시절에 이미 존재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상의 필명이 “1926년 스케치 상자에서 유래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험과 해체’는 20년 넘게 이상의 문학 세계를 연구해온 김 교수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이상 연구의 결정판이다.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이상’이라는 필명의 유래, 유고의 발굴과 정리, 잘못 해석한 일본어 시 등 이상의 삶과 그의 문학에 관한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2부에선 그의 문학 속에 녹아 있는 장자(莊子)적 사유와 기독교, 불교적 사유 등을 통해 그의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3부에선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상에 대한 국내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김 교수는 “한국 문학이 이상을 통해 비로소 참된 현대성을 획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27년간의 짧은 생애, 이 가운데 작품을 창작해 발표한 기간은 7년 남짓이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지금도 여러 학자에 의해 제각각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고 다양한 텍스트를 재생산해내고 있다.

김 교수는 “그의 문학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의 문학이 한국 근대문학사의 한 축인 1930년대 모더니즘 형성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모더니스트 작가, 1990년대의 포스트 모더니스트 작가 등 현대 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1993년 이상에 관한 첫 연구 논문인 ‘이상 소설에 나타난 패로디에 관한 연구’를 펴낸 이래 이상 연구에 매진해온 김 교수에게 이상 연구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는 “내게 이상은 호락호락한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이상 연구는 “나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내게는 그림자 같기도 했고 메아리 같기도 했던 이상을 만나 무척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yunzhen@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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