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1차 세계대전과 제국주의가 잉태한 중동의 비극

1차 세계대전과 제국주의가 잉태한 중동의 비극

입력 2015-01-13 17:54
업데이트 2015-01-13 18: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데이비드 프롬킨著 ‘현대 중동의 탄생’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무슬림의 테러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은 물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까지 무려 34개국 정상들이 함께 파리에서 거리행진에 참여해 맨 앞줄에 섰을 정도로 파장이 크다. 이와 함께 무슬림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동에 대한 이해를 빼놓고 21세기 세계 정세를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네 차례에 걸친 중동전쟁, 1991년 걸프전쟁, 2001년 9·11테러,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사살 등 중동을 둘러싼 끝없는 분쟁과 테러의 역사적 연원 및 근본적인 국제외교적 배경을 규명한 역사학자 데이비드 프롬킨이 25년 만에 다시 호명되는 이유다.

데이비드 프롬킨은 보스턴대 국제관계학 교수이면서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을 역임한 국제외교학자로서 1972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휴버트 험프리 의원의 외교정책 고문을 맡아 현실 정치에 깊이 개입하기도 했다. 그가 1989년에 내놓은 ‘현대 중동의 탄생’은 지금의 중동 국가들이 탄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와 당시 시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롬킨이 주목하는 시간과 공간은 1914년부터 1922년까지이고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한다. 즉, 제1차 세계대전 도중과 결과물이다.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터키,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20세기 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나라들이다. 수백 년 동안 오스만제국의 속령이었다가 제국이 해체되면서 탄생했다. 오늘날의 중동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뒤 연합국이 내린 결정에 따라 지금과 같이 형성되었다.

책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의 대표 주자였고 중동에 가장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열강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과 행동, 정책 결정의 배경 등에 집중한다. 영국 정치권 내의 알력, 외교관, 군 지휘관, 관료들 사이의 힘겨루기, 그들의 오만함과 무지, 개인들 간의 충돌과 관료정치가 만들어낸 중동에 대한 상황 인식을 빠짐없이 담았다.

중동 분쟁의 근원은 1차 세계대전과 제국주의다. 승전국이 된 열강들이 400년 오스만 치하의 아랍어권 지역을 인종과 종교, 역사적 배경, 현지인들의 희망을 무시하고 종교와 민족 등 현지 실정과 상황을 무시한 채 무책임하게 분할해 버린 결과 모든 분쟁의 씨앗이 그곳에 뿌려지게 됐다. 단순히 힘으로 억누를 상황도 아니고, 경제적 회유 같은 낮은 차원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설명한다. 멀고 먼 길을 돌아 해법이 만만치 않다는 결론에 다시 이르렀지만 역사적 통찰에 기반한 이 같은 인식은 중동 문제 이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5-01-14 22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