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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게 ‘천하위공’을 묻다

권력자에게 ‘천하위공’을 묻다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6-10-14 17:40
업데이트 2016-10-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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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을 읽다/장펑 지음/김영문 옮김/378/490쪽/2만 2000원

한자 성어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와 ‘치국리정’(治國理政·치세를 이루고 정치를 조화시키는 일)은 중국 역사서인 자치통감(資治通鑑)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다. ‘자치통감을 읽다’는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수신, 제가, 치도로 나눠 중국 푸단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문경지교’(刎頸之交·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소중한 벗)라는 고사를 다루며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전통극의 하나로 꼽히는 경극 ‘장상화’(將相和)의 한 장면. “차라리 염파에게 고개를 숙이지, 조나라 망국은 원하지 않는다”는 재상 인상여의 ‘선공후사’의 뜻을 알게 된 장수 염파는 스스로 웃통을 벗고 회초리를 짊어진 채 인상여 앞에 가 사죄한다. 378 제공
‘문경지교’(刎頸之交·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소중한 벗)라는 고사를 다루며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전통극의 하나로 꼽히는 경극 ‘장상화’(將相和)의 한 장면. “차라리 염파에게 고개를 숙이지, 조나라 망국은 원하지 않는다”는 재상 인상여의 ‘선공후사’의 뜻을 알게 된 장수 염파는 스스로 웃통을 벗고 회초리를 짊어진 채 인상여 앞에 가 사죄한다.
378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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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 378 제공
사마광
378 제공
‘다스리는 도리에 자료가 되고 역사를 통하여 거울이 된다’는 의미의 자치통감은 어떤 책일까. 북송의 정치가 사마광(1019~1086)이 전국시대부터 송 건국 이전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19년 동안 249권에 300만자 분량으로 쓴 역사서다. 한 권에 평균 9년치의 역사를 2만자를 넘지 않게 농축한 기록물이다. 사마광은 시시콜콜한 모든 일을 담을 수 없었던 만큼 국가의 흥망성쇠, 백성의 생사고락, 경계로 삼을 만한 악한 사건 등 3가지 기준으로 역사를 편찬했다.

900여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자치통감은 현대 사회와 국가 정치에 적용 가능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마광이 적지 않은 분량으로 기술한 중대한 정치적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한나라 권세가 곽광 가문의 몰락 얘기다.

곽광은 27일 동안 황제가 부재했던 시기에도 천하를 무리 없이 다스려 칭송을 얻은 최고의 권력자였다. 하지만 그의 부인 현이 딸을 황후로 만들기 위해 한 선제의 황후인 허씨를 독살하고 권력으로 덮으면서 몰락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현의 바람대로 선제는 곽광의 막내딸을 황후로 맞는다.

곽 황후는 교만하고 사치해 구설수에 올랐다. 태부인이 된 현도 대저택을 짓고 가마를 황제의 어가와 동일하게 만드는 등 오만해진다. 급기야 곽씨 가문의 종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어사대부에게 사과를 받고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뜨는 사건마저 벌어진다. 곽광이 세상을 떠난 다음해 선제는 전 황후의 아들을 태자로 세웠다. 현과 그의 딸 곽 황후는 그 태자마저 독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곽씨 일족을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으로 빠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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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저자는 ‘100일 동안 붉은 꽃은 없다’(花無百日紅)고 표현한다. 천하에 기세등등했던 곽씨 가문의 권력도 점차 종착역으로 향하게 된다. 허 황후 독살 내막이 폭로되기 직전 군사 쿠데타를 꾀한 곽씨 일가는 단 1명도 남김없이 멸문지화를 당한다. 당대 최고의 권력자 집안이 그렇게 한 세대만에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저자는 “고위직에 있을 때 그 권력이 친척들에게 이용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아무런 잘못을 범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고, 겸양과 자기억제를 해야 한다고 권한다.

사마광은 한나라가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데는 황제가 아첨하는 간신을 총애하는 등 협소하고 폐쇄적인 권력관으로 권력 분배가 어지러워지고 사회 질서가 무너진 데 있다고 진단했다. 맹자는 “백성이 고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고 했다. 저자는 맹자의 말을 풀어 권력은 군주의 사리사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권력은 공(公)을 지향해야지, 사(私)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바로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자세다. 사마광은 자치통감 34권에서 천하위공을 지적하면서 “권력자가 사사롭게 총애하는 사람에게 관직을 내리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다”고 통렬히 비판한다.

권력자가 권력의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건 정치 질서뿐 아니라 사회 질서마저 훼손하게 된다는 점에서 명징한 국가 쇠퇴의 신호다. 지금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6-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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