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 축구, 우익 축구/니시베 겐지 지음/이지호 옮김/한스미디어/248쪽/1만 4000원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다. 축구에도 좌익, 우익이 있다니 신성한 스포츠에서 웬 색깔론이냐는 윽박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은 정치 사상이 아니라 축구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의 축구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만들어 낸 말도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인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가 “축구에도 좌익이 있고, 우익이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아르헨티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그는 자국에서 열린 1978년 월드컵에서 대표팀 사령탑이 돼 조국에 사상 첫 우승을 안겼다.
이기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접근법의 차이가 좌우를 가른다. 우익 축구는 한마디로 승리 지상주의다. 결과에 집착한다. 경기야 재미있든 없든 팬들에게 승리로 보상하려 한다. 수비를 철저히 하면서 빠른 역습을 노리는 게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반면 좌익 축구는 과정에 무게를 둔다. 착실한 쇼트패스로 아기자기하게 기회를 만들며 승리에 다가가려 한다. 견주자면 좌익 축구는 체력보다는 기술, 규율보다는 자유, 자기 희생보다는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축구다. 정치와는 좌우가 뒤바뀐 양상이 흥미로운데, 흔히 강팀을 만난 약팀이 구사하는 게 우익 축구다. 그런데 약팀이 강팀이 되면 좌익 축구로 변모하는 일이 잦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빗장수비(카데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 축구는 우익이다. 반면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남미의 대명사 브라질 축구는 좌익이다. 짧고 간결한 패스게임(티키타카)으로 유명한 스페인도 마찬가지. 그런데 우익이든, 좌익이든 모두 축구 종가에서 움텄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피지컬과 롱볼의 나라인 잉글랜드는 우익 축구로 볼 수 있다. 19세기 잉글랜드의 힘이 넘치는 플레이에 대항하기 위해 스코틀랜드가 쇼트패스를 중시하는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좌파의 원류다. 훗날 유럽 대륙과 남미로 건너간 영국인 코치들이 스코틀랜드 스타일을 전파했다.
책 말미의 그래픽이 눈에 띈다. 감독들을 극좌에서 극우까지 여섯 단계로 분류했다. 스페인, 독일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잉글랜드에 입성한 페프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와 20년째 한 팀에서만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아르센 벵거(아스널)는 극좌,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는 극우다. 그 유명한 알렉스 퍼거슨은 중도 좌파인 반면, 라이벌 과르디올라에 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조제 모리뉴는 중도 우파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는? 중도 우파다.
좌익 신봉자인 메노티는 플레이 자체의 기쁨이 결여 됐다며 우익 축구를 폄하하지만 저자는 좌익이 반드시 옳다고 보지 않는다. 팬들에게 가장 큰 기쁨은 승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좌든 우든 팬을 매료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이기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접근법의 차이가 좌우를 가른다. 우익 축구는 한마디로 승리 지상주의다. 결과에 집착한다. 경기야 재미있든 없든 팬들에게 승리로 보상하려 한다. 수비를 철저히 하면서 빠른 역습을 노리는 게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반면 좌익 축구는 과정에 무게를 둔다. 착실한 쇼트패스로 아기자기하게 기회를 만들며 승리에 다가가려 한다. 견주자면 좌익 축구는 체력보다는 기술, 규율보다는 자유, 자기 희생보다는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축구다. 정치와는 좌우가 뒤바뀐 양상이 흥미로운데, 흔히 강팀을 만난 약팀이 구사하는 게 우익 축구다. 그런데 약팀이 강팀이 되면 좌익 축구로 변모하는 일이 잦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빗장수비(카데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 축구는 우익이다. 반면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남미의 대명사 브라질 축구는 좌익이다. 짧고 간결한 패스게임(티키타카)으로 유명한 스페인도 마찬가지. 그런데 우익이든, 좌익이든 모두 축구 종가에서 움텄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피지컬과 롱볼의 나라인 잉글랜드는 우익 축구로 볼 수 있다. 19세기 잉글랜드의 힘이 넘치는 플레이에 대항하기 위해 스코틀랜드가 쇼트패스를 중시하는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좌파의 원류다. 훗날 유럽 대륙과 남미로 건너간 영국인 코치들이 스코틀랜드 스타일을 전파했다.
책 말미의 그래픽이 눈에 띈다. 감독들을 극좌에서 극우까지 여섯 단계로 분류했다. 스페인, 독일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잉글랜드에 입성한 페프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와 20년째 한 팀에서만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아르센 벵거(아스널)는 극좌,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는 극우다. 그 유명한 알렉스 퍼거슨은 중도 좌파인 반면, 라이벌 과르디올라에 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조제 모리뉴는 중도 우파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는? 중도 우파다.
좌익 신봉자인 메노티는 플레이 자체의 기쁨이 결여 됐다며 우익 축구를 폄하하지만 저자는 좌익이 반드시 옳다고 보지 않는다. 팬들에게 가장 큰 기쁨은 승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좌든 우든 팬을 매료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6-10-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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