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 큰 스승 성철 혜안의 일갈

혼란의 시대 큰 스승 성철 혜안의 일갈

김성호 기자
입력 2017-01-19 18:20
수정 2017-01-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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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 첫 평전

근현대 한국불교 최고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가야산 호랑이’ 성철(1912~1993) 스님의 일생을 다룬 ‘성철 평전’(모과나무)이 출간돼 화제다. 성철 스님의 법문이나 일대기를 다룬 책은 있었지만 사상과 일생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한 평전이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김대중 평전’을 쓴 저자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 일군 역작. 성철 스님과 관련된 100여권의 문헌을 섭렵하고 전국에 걸친 수행처와 관련 인물들을 찾아가 700쪽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완성했다.

성철 스님
성철 스님
평전의 구성은 우선 수행자로서 성철 스님에 초점을 맞춰 기록했다. 유년기부터 오로지 수행으로 일관한 수행자의 삶, 천하에 이름을 널리 알린 큰스님으로 우뚝 서고도 평생 산중에 머물며 청정비구로 불린 일대기와 가르침을 촘촘히 정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불교의 시대적 아픔을 빼놓지 않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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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격변기에도 산중 수행승의 자리를 온전히 지키며 한국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선지식이다. 삶은 산중에 있지만 세상살이를 날카롭게 찌르는 혜안의 일갈은 수행정진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만이 혼란한 시대의 대안이라는 가르침으로 여전히 통한다.

불자들의 후원금을 모은 설판(說辦) 방식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출간 과정도 주목된다. 설판이란 법회를 열 때 모두가 십시일반해 비용을 마련하는 전통을 말한다. 위축된 불교 출판계의 상황을 감안해 일종의 후원을 받았고 50일 만에 불자 560명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평전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메시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자기를 바로 보라’, ‘남 모르게 남을 도우라’, ‘ 남을 위해 기도하라’. “새겨볼수록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평범한 듯하지만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하다”는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권력에 취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는 이런 시대에 우리는 남이 아닌 자신의 허물을 탓했던 스님의 위대한 유산을 돌아봐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7-01-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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