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을 관조하는 日소설 2편 눈길
다리를 건너다/요시다 슈이치/이영미 옮김/은행나무/548쪽/1만 5000원파랑새의 밤/마루야마 겐지/송태욱 옮김/바다출판사/528쪽/1만 6500원
인간은 불안한 존재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안의 씨앗은 자란다. 우리를 암울한 현실의 끝자락까지 내몰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방향을 일러 주기도 하는 그것.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불안은 그래서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두 작가 역시 존재의 불안감과 불확실한 삶에서 비롯된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했다.
요시다 슈이치
마루야마 겐지
‘파랑새의 밤’은 마루야마가 2000년도에 쓴 동명의 초고를 14년 만에 퇴고를 거쳐 완성본으로 다시 내놓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세상의 규칙에 따라 살아온 50대 남자가 자신의 운명과 대결하는 이야기다. 쉰다섯 살의 주인공은 성인이 된 이후 등졌던 고향을 방문한다. 출세를 위해 자신을 거의 내버리다시피 한 주인공은 괴한에게 무참히 살해된 여동생, 그 사건에 대한 복수심으로 엉뚱한 사람을 실수로 죽이고 행방불명된 남동생, 잇따른 비극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 등 극단적으로 엉킨 가족사로 인해 회사와 아내로부터 버림받는다. 당뇨성 망막증이라는 실명 위기까지 선고받은 그는 완전히 실명에 이르면 미련없이 목숨을 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고향을 찾는다. 고향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자 숲속에서 밤을 지새우던 그는 온갖 자연과 우연, 이름 모를 ‘녀석’과의 조우로 인생 막바지에 생각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가족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 관습이 만들어 낸 사상에 붙들리지 말라는 신조를 강조해 온 작가는 특유의 솔직하고 시니컬한 묘사로 한 남자의 운명을 조명한다. “살다가 평범한 불행은 각오했지만 이렇게까지 박살 날 줄은 몰랐다”고 생각하는 남자에게 고향을 무덤과 같은 땅이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지는 운명과 대결하는 땅으로 제시하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07-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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