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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희생만 하는 가족? 온전한 나를 만드는 가족!

언제나 희생만 하는 가족? 온전한 나를 만드는 가족!

김성호 기자
입력 2019-05-02 17:20
업데이트 2019-05-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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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할 우리 가족/홍주연 지음/문예출판사/248쪽/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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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가족을 ‘최후의 보루’라 여긴다. 가족은 끝까지 믿고 의지하며 도움받는 공동체라는 인식이다. 그 보루는 가족과 구성원을 동일시한 믿음의 소산일 터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입법 및 정책 보좌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색다른 주장을 편다. “가족을 위해 구성원의 희생을 요구하는 굴레를 탈피해 새로운 가족을 세워야 한다.”

결혼 2년째에 남편의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저자는 자존감이 급속히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남편의 암 투병으로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주위의 시선이 우리를 비정상 가족으로 낙인찍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었다.” 마치 이 사회의 패배자인 루저가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왜 그런 느낌을 갖게 됐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남편의 암 선고에 주변으로부터 이혼 권유를 적지 않게 받았다는 저자는 남편의 암 투병을 옆에서 도우며 산 끝에 이런 결론을 내린다. ‘한국의 가족은 가족 구성원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가족이라는 집단을 위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가족 구성원에게 실직, 이혼, 장애의 문제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위험해진다. 다른 구성원이 부담을 떠안아야 하며 한계에 다다르면 문제의 구성원을 제거, 혹은 배제하곤 한다. 척추장애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30대 딸이 자신을 죽여 달라고 애원해 어머니가 살인미수범이 되는 안타까운 사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살인사건 중 가족살해 비율이 미국은 2%, 영국은 1% 정도인 반면 한국은 무려 5%나 된다.

“남편의 투병을 우리 가족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받아들이자 무겁게 짓누르며 벼랑으로 내모는 것 같은 일이 두렵지 않았고 점점 그 무게가 가벼워지는 듯했다.” 5년간에 걸친 남편 수발을 마친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구성원 개인이 희생하는 애처로운 가족이 아니라 각자가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함께하는 밝고 건설적인 가족이어야 한다. 그런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덕도 만들어질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9-05-03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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