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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노년에도 열정 충만, 삶은 경이롭지 아니한가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노년에도 열정 충만, 삶은 경이롭지 아니한가

입력 2019-05-02 17:20
업데이트 2019-05-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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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양병찬 옮김/알마/376쪽/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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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가 쓴 책이 더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어쨌든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말이다. 올리버 색스는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는 데 반해 그의 글을 기꺼이 읽을 자세가 된 독자는 여전히 많다는 것. 아쉬운 일이다. 이 책은 그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자임한다.

책은 처음에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문장과 인간적 매력에 반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에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담겼다. 그는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이제는 의학이라는 말을 떼어도 될 것 같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말을 들려줄 수 있으니. 그는 의학에 한정해서 보지 않더라도 훌륭한 작가다. 그러나 그 말이 그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무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그의 글을 보며 흔치 않은 경험과 전문지식, 그리고 필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발견한다. 그의 말은 무조건 신뢰할 수밖에 없다. 믿기 어려운 의학적 현상들을 믿게 하는 힘으로, 그는 수영하고 싶게 만들고, 정원을 가꾸고 싶게 만들고, 박물관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그가 사랑해 왔던 것들을 모조리 독자들도 사랑하게 만든다.

물론 그것이 전문지식을 갖춘 설득력으로만 가능할 리 없다. 죽음을 코앞에 내다보는 순간까지도 잃지 않는 한결같은 열정이, 다른 시기의 글을 묶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시간 순으로 묶인 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수영쟁이’로 살았던 어린 시절에 대한 첫 글부터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놓지 않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글까지, 마치 한 호흡에 써내려간 것처럼 한결같다. 82세에 세상을 등진 그는 말한다.

“만약 우리가 운 좋게 건강한 노년에 도달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열정과 생산성을 유지해 주는 것은 ‘삶의 경이로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까지 주옥같은 글을 남김으로써 그의 이론을 증명했다. 책은 33편의 짧고 긴 에세이로 이루어졌다. 그동안 그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중심으로 묶었는데, 그중 7편이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올리버 색스의 전작을 읽은 이라면 새로운 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그의 책을 처음 접하는 이라면 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좋은 일이다.



2019-05-03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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