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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생명 탄생에서 문명 진화까지… 결정적 순간을 좌우한 ‘느낌’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생명 탄생에서 문명 진화까지… 결정적 순간을 좌우한 ‘느낌’

입력 2019-05-30 17:46
업데이트 2019-05-3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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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진화/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임지원, 고현석 옮김/아르테/392쪽/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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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느낌과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은 뿌리 깊다. 인간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특화한 존재라고들 하는데, 어째서 결정적인 순간을 좌우하는 것은 느낌과 감정일까. 느낌에 의지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나면 내가 덜 진화된 인간인가 하는 찜찜함이 남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찜찜해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 책은 ‘느낌’이 어떻게 우리를 살리는지 치밀하고 꼼꼼하게 증명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현재 인간의 문명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시간 동안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은 느낌과 감정이다. 책을 읽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느낌과 감정이 나를 살렸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 적지 않다. 누구나 있지 않은가. 쎄한 느낌, 도망치고 싶다는 감정 덕분에 위험을 피했던 경험이.

책의 원제는 ‘만물의 놀라운 순서: 생명, 느낌, 그리고 문화의 형성’이다. 3부에 걸쳐 우리가 아는 것과 실제의 ‘순서’는 다르다는 것을 설명한다. 1부 ‘생명활동과 항상성’에서 저자는 항상성은 중립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생명체는 균형과 안정을 추구한다고 알려졌으나 저자는 “열역학적 측면에서 평형 상태란 어떤 계와 주위 사이에 열의 차이가 0인 상태, 즉 죽음의 상태”라고 잘라 말한다. 항상성은 좀더 좋은 상태를 향해 자신을 조절하는 생명의 작용이다. “환경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생명이 그 상태를 유지하고 미래로 뻗어 나가고자 하는, 비의도적이고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욕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잘 조율된 절차가 바로 항상성”인 것이다. 이러한 항상성이 진화의 맨 앞에 놓인다. 기존의 ‘진화’의 순서가 재조정된다.

느낌은 항상성의 대리인이다. 항상성이 부족한 경우 부정적인 느낌이 일어나고, 반대로 항상성이 적절하게 유지될 때 긍정적인 느낌이 생겨난다. 복잡한 신경계의 탄생은 순서상 그 뒤다. 2부 ‘문화적 마음의 형성’에서는 신경계와 뇌의 작용을 다루는데, 저자는 이 부분에서도 전통적인 시각을 뒤집는다. 우리의 몸과 신경계는 서로 얽히고설킨 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도를 만드는데, 이것이 곧 ‘마음’이라는 것이다. 3부 ‘문화적 마음의 작용’에서는 문화적 현상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고도로 발달한, 정교한 문화 또한 느낌과 항상성의 연장선에 있다. 이것을 이해해야 현재 부딪친 문화의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는 생물학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2019-05-31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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