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아나토미’ 두 저자의 비범한 삶

‘그레이 아나토미’ 두 저자의 비범한 삶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0-03-12 17:32
수정 2020-03-1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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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빌 헤이스 지음/양병찬 옮김/알마/384쪽/2만 2000원

1858년 처음 출간돼 영국에서 39판, 미국에서 37판을 찍은 책. 이후 160여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으니 5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 책. 시즌16까지 방송되며 공전의 인기를 이어 가고 있는 동명의 미국 의학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책.

이 모두가 지목하고 있는 단 하나의 책이 ‘그레이 아나토미’이다. 한데 ‘해부학의 고전’이라 불릴 만큼 널리 읽힌 책이었지만 정작 지은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새책 ‘해부학자’가 주목한 건 바로 이 대목, 그러니까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자 헨리 그레이와 삽화가 헨리 밴다이크 카터 등 두 천재 해부학자의 삶과 해부학의 역사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저자 역시 실제 해부학도가 돼 두 해부학자의 미스터리한 삶에 다가간다.

책은 세 가지 주제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두 헨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사게 된 건 순전히 “도판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군더더기 없는 근육, 뼈, 장기들이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들은 마치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들여다보라고 눈짓하는 것 같았다. 삽화가 헨리 카터에 대한 관심은 곧 헨리 그레이에게로 옮겨갔다. 그런데 책 어디에도 둘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 호기심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둘의 흔적을 따라가던 저자는 결국 두 천재의 비범한 삶에 매혹되고 만다.

어린 시절 꿈이 의사였다는 저자는 내친김에 의대 해부학 실습 강좌를 4학기나 듣는다. 두 번째 주제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해부학 이야기들이다. 일반인도 알 수 있을 만큼 해부학에 대해 쉽고 맛깔나게 풀어낸다.

세 번째는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자신의 삶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저자는 동성애자다. 세계적인 의학 저술가 올리버 색스가 파트너였다. 그보다 더 이전엔 16년을 함께 보낸 ‘몸짱’ 파트너가 있었다. 그는 파트너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지켜보며 시신을 다루는 해부학이 죽음보다는 삶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2020-03-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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