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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만 선 긋나… 우주·디지털까지 끝없는 ‘땅따먹기’

육해공만 선 긋나… 우주·디지털까지 끝없는 ‘땅따먹기’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2-10 20:10
업데이트 2022-02-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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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쟁/클라우스 도즈 지음/함규진 옮김/미래의창/376쪽/1만 9000원

극지방·우주·디지털도 국경 경쟁
러·우크라 갈등엔 ‘크림반도’ 작용
이·팔 수자원 둘러싸고 전쟁 불씨
미·중 심해에서 벌이는 기술 경쟁 

한반도 ‘DMZ’ 남북 특수한 경계
평화적 해결 기대하는 기회의 땅
코로나에 ‘바이러스 국경’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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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을 가로지른 한반도 비무장지대는 누구도 실질적인 지배를 하지 않는 ‘무인지대’로 긴장과 기회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서울신문 DB
남과 북을 가로지른 한반도 비무장지대는 누구도 실질적인 지배를 하지 않는 ‘무인지대’로 긴장과 기회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서울신문 DB
국토의 3면이 바다인 데다 휴전선을 두고 있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경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 간혹 누군가 철책을 넘어와 뉴스가 되기도 하지만 해방 이후 그대로 유지됐던 국경은 지금도 불변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국경을 둘러싼 첨예한 신경전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경들은 계속해서 사라지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한다.

영국 로열 홀러웨이 런던대 교수이 자 사회과학아카데미 연구원으로 지정학 권위자인 저자가 치열한 ‘땅따먹기’ 전쟁이 일고 있는 여러 종류의 국경을 정리했다. 교과서같이 정갈하게 쓰인 책을 한 장씩 넘길수록 하천과 바다, 산, 남극과 북극, 우주, 그리고 디지털 영역까지 국경이 사실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가까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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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영토를 결정짓는 국경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지키거나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뜨거워진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최근 더욱 격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키우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서울신문 DB
각 나라의 영토를 결정짓는 국경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지키거나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뜨거워진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최근 더욱 격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키우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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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영토를 결정짓는 국경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지키거나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뜨거워진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최근 더욱 격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키우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서울신문 DB
각 나라의 영토를 결정짓는 국경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지키거나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뜨거워진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최근 더욱 격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키우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서울신문 DB
“대부분의 문화권에는 ‘국경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존재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매일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세계사의 변곡점마다 갈등이 촉발된 배경에는 국경이 있었다. 요즘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보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긴장에는 특히 2014년 러시아가 ‘승인되지 않은 국경’이었던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보안군을 궤멸시키면서 격화된 맥락이 작용하고 있다. 이후 두 나라는 2018년 케르치 해협 통행을 두고 충돌했고 러시아는 아직도 24명의 우크라이나 선원들을 억류 중이다. 저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구와 해상 활동을 봉쇄할 요량이며, 국제 제재가 러시아에 가해지고 있지만 그 나라가 크림에서 떠날 기미는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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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이 잇따르는 팔레스타인의 주민들은 누구의 영토인지 확정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일상을 이어 간다. 서울신문 DB
공습이 잇따르는 팔레스타인의 주민들은 누구의 영토인지 확정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일상을 이어 간다.
서울신문 DB
물과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얻기 위한 국경전쟁도 끊임없다.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 외교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가 1988년 “다음 중동전은 정치보다는 물 때문에 벌어질 것”이라 예고할 만큼 복잡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대수층과 인더스강, 나일강 유역 나라들이 벌이는 수자원 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히말리야 국경을 지키기 위해 해발 고도 수천 미터 빙하 지대에 국경수비대를 둔 인도와 파키스탄, 지중해 키프로스를 둘러싼 터키와 그리스, 유럽연합(EU), 심해에서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 등 곳곳에서 벌어지는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경 분쟁이 일어나면 각 나라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과 지역사회는 생활 터전을 잃고 일상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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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를 ‘무인지대’로 분류했다. 실질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국제정치의 틈과 금을 보여 주는 국경으로 특히 정전협정 이후 길이 250㎞, 폭 4㎞로 완충 지대를 둔 남북의 특수한 경계 상황을 지정학자 입장에서 풀어냈다. “남한 정부의 경우 DMZ를 일시적인 불협화음으로 취급하며 핵무장을 한 북한이 언젠가 DMZ를 넘어 침공해 올 수 있다고 여기면서도, 평화적 해결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모호하지만 언제든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언급하며 “비록 픽션이지만 DMZ가 지난 70년만큼 그렇게 확고부동한 게 아님을 제시해 준다”고 지적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제 국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넘나든다. ‘스마트 공항’처럼 갈수록 더 빠르고 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디지털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을 닫고 열기를 반복하면서도 통제하지 못한 ‘바이러스 국경’도 새로 등장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따라 일부 섬나라는 국경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더이상 먼 나라, 먼 이웃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으로, 국경은 점점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2022-0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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