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세계와 미래에 대한 중국의 철학/자오팅양 지음/김중섭 옮김/이음출판사/444쪽/2만 5000원
中, 서구의 투쟁적 세계관 반대공존·관계·포용적 ‘천하론’ 철학
균형 통한 국제사회 운영 설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인 2017년 11월 30일 당시 유엔 주재 대사였던 미국의 니키 헤일리(왼쪽)와 중국의 우하이타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원유”라며 중국에 대북 송유관 폐쇄를 촉구했지만 중국은 “대북 제재 결의가 인도주의적 활동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며 거절했다.
게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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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한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중국의 철학적 근거를 풀어낸 책이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2005년 ‘천하체계’로 많은 논쟁을 일으킨 중국의 정치철학자 자오팅양이 천하론의 개념을 추가·보완해 2016년 다시 펴낸 ‘천하, 세계와 미래에 대한 중국의 철학’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장쥔(가운데)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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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각종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전쟁이 거듭되고 불평등과 빈부 격차가 만연하며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를 “엉망이고 형편없는 실패한 시스템”이라 꼬집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약 3000년 전 주나라 주공(周公)이 세운 세계 정치 질서인 ‘천하’를 제시한다.
저자는 도시국가를 뿌리로 하는 서구와 달리 고대 중국은 처음부터 미완성의 개념으로, 주권과 법적 국경의 개념 없이 영토도 실력 변화에 따라 움직였다며 출발부터 다른 점을 우선 설명한다.
‘무외’(無外·외부가 없다)와 ‘협화’(協和·서로 협력하며 화합함)의 가치는 외부와 분명하게 긋는 경계를 흐트려 이론상으로는 누구라도 천하질서 구축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어떤 민족도 천하질서의 주도자가 될 수 있다고 정의하며, 대립적인 외부성을 배제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인정했다.
때문에 수많은 변화를 경험하면서도 공정한 분배를 강조하는 등 덕(德)과 인(仁) 같은 도리를 지켰으며, 여러 문화를 아우르듯 한쪽만의 변화가 아닌 상호적인 변화를 꾀했다고 짚는다. 이러한 천하 체계로 주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긴 왕조로 800년간 지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 역시 “너무 이상적인 설계라 주나라도 결국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천하’를 중국을 비롯한 국가를 넘어 세계라는 상위 개념으로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누구나 질서를 구축하고 공존하며 포용할 수 있는 세계가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천하론에 따르면 화합할 수 없는 타자는 없다. 따라서 다르다는 이유로 충돌하거나 일방적인 패권이 아닌 함께 나눌 수 있는 균형이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장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순 없겠지만 한번쯤은 꿈꿔 볼 만한 세계의 모습이기도 하다.
2022-03-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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