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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좌절할 필요 없어… 어려워도 변화는 계속된다”

“한국 여성, 좌절할 필요 없어… 어려워도 변화는 계속된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3-15 20:30
업데이트 2022-03-1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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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여성학자 솔닛, 책 출간 간담회

尹당선인 여가부 폐지 공약 관심
“한국 남성들, 여성 자유 희망하길”

가정폭력 탓 가출부터 40년 회고
“위험·폭력 노출된 삶 전달하고파
배제·혐오, 전면적 사회 변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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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이 첫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한국어판을 낸 기념으로 15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국내 언론과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특히 관심이 있다며 “여성이 좀더 자유롭고 동등한 지위를 누린다면 자신의 차별을 넘어서 다른 집단과 종이 겪는 차별에도 함께 싸울 수 있는 길이 커진다”며 여성주의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비 제공
미국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이 첫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한국어판을 낸 기념으로 15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국내 언론과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특히 관심이 있다며 “여성이 좀더 자유롭고 동등한 지위를 누린다면 자신의 차별을 넘어서 다른 집단과 종이 겪는 차별에도 함께 싸울 수 있는 길이 커진다”며 여성주의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비 제공
“페미니즘은 젠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2014년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를 통해 ‘맨스플레인’(mansplain) 현상을 비판하며 여성의 대변자로 떠오른 미국의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61). 그는 첫 회고록을 낸 기념으로 15일 한국 언론과 가진 온라인 간담회에서 “페미니스트인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페미니즘의 지향점은 남성 배제가 아니라 그동안 배제됐던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닛은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창비)에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난 1981년부터 지난 40년을 되짚었다. 이미 여러 저서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이긴 했지만 이 책에선 좀더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한 여성으로서 맞닥뜨려야 했던 시간들을 끄집어냈다.

회고록의 원제는 ‘비존재의 기억들’(Recollections of My Nonexistence)이다. 솔닛은 “30여년에 걸쳐 페미니즘과 여성 폭력에 대한 많은 글을 써 왔지만 아직도 충분히 다 얘기하지 못했다”면서 “여성이 위험과 폭력 속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오히려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을 산 제 개인사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평범하다고 말한 건 그의 친구처럼 이별을 통보했다고 연인에게 칼부림을 당하거나 살면서 한 번도 강간을 당한 적이 없었고, 아직 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붙일 수 있는 표현이다. 그는 길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침을 뱉거나 몸을 강제로 잡아끌고, 집 앞까지 따라오는 스토킹을 당했지만 그런 피해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더 부자 동네로 이사 가라”든가 “옷을 섹시하게 입지 말라”, “총을 갖고 다녀라” 등의 ‘조언’을 들었다. 솔닛은 이런 것들이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배제와 비존재라고 설명했다. 배재와 비존재는 정치, 경제, 문화까지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다. 그는“이런 배제나 혐오는 여성들이 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전면적인 사회 변혁이 필요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약속하며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솔닛은 관심을 보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며 그는 한국 여성들에게 “너무 좌절할 필요도, 멈출 필요도 없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화와 진전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성이 동등한 위치를 갖는다 해서 남성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 남성들도 여성이 더 자유를 누리고 존중받는 세상에서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을 희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백윤 기자
2022-03-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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