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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공존”…식물과 동물을 돌보는 일에서 얻는 생생한 교훈

“인간과 자연의 공존”…식물과 동물을 돌보는 일에서 얻는 생생한 교훈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4-09 10:00
업데이트 2022-04-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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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가드너의 일’
신간에서 풀어낸 생생한 ‘생명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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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부쩍 가까워진 동물과 식물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각각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늘 동물과 식물과 함께하며 마주한 현실과 고민,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자연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장구 지음/김영사/292쪽/1만 5800원

15년 이상 동물의 임신과 관련된 연구와 진료를 해온 서울대 수의학과 장구 교수가 과학자의 눈으로 연구하고 수의사의 손으로 돌본 동물들을 통해 동물과 과학, 그리고 인간의 길을 돌아본다.

특히 연구실 안 실험동물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100년 전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개, 암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면역 결핍 쥐, 인류에게 최초의 백신을 선사한 소, 신약 개발 임상실험 대상인 원숭이 등 수많은 실험동물의 희생으로 인간이 많은 질병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알린다. 그러면서도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반려동물은 살리기 위해 애쓰면서 실험동물의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수의사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안타까움도 말한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사람에게 이식을 성공한 돼지 심장이 인간 체내의 거부반응을 피하도록 설계된 다중 유전자 조절 돼지였다는 점과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장기 유사체라고 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동물실험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점 등 계속해서 세상을 바꿀 동물학자의 연구실 속 장면들은 미래를 가늠케 한다.

수의사로서 돌보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더욱 친근하게 읽힌다. 반려동물을 각별히 아끼는 보호자와의 만남, 새벽 2시에 병원으로 나가 개를 분만해야 했던 응급상황 등의 사연들을 통해 동물을 돌보는 연구자이자 수의사로서 갖는 진심을 엿볼 수 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 저자는 “동물을 연구할수록 동물과 인간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보듯, 전염성 질병은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건강해야 그 안에서 사람도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그가 진료실과 연구실을 오가며 동물을 돌보고 연구하는 이유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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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너의 일’

-박원순 지음/도서출판 날/240쪽/1만 5000원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식물에 매료돼 20년 넘게 가드너로 일한 저자가 정원에서 많은 식물들과 함께해 온 시간들을 풀어낸다. 꽃을 다루는 우아하고 고상한 직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단에 자갈과 흙을 깔고 스스로를 ‘백공’이라 부를 만큼 다양하고 고된 ‘노동’을 해야하는 가드너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봄을 준비하는 가을부터 ‘자연의 시간’인 여름까지 사계절로 구성된 책에서는 가드너들이 1년 동안 정원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가드너의 기본 임무는 흙에서 식물을 길러 내는 것”이라 육체노동의 비중도 크지만 정원 디자인 같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정신노동 역시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1년간 하는 일이 “최소 365가지 이상”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일들을 바쁘게 해내지만 “정원 일에는 매일 같은 것이 없다”는 원동력으로 늘 새롭게 식물을 만나고 가꾸며 돌보는 일을 해나갈 수 있다고도 한다. 정원을 꾸밀 눈사람이나 요정들이 사는 나무집 등 조형물도 순수 만들어 철물점도 수시로 드나드는 가드너들의 일상도 흥미롭다.

저자는 정원에서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정원에 궁극적으로 생명력을 부여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거듭 되새긴다. “가드너는 식물들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자생력을 기반으로 더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게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가미할 뿐”이라면서 자연 앞에 한껏 몸을 낮추기도 한다. 또 “아름다운 정원은 지구에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자 안식처”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사람은 반드시 한 조각의 땅이라도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말이 더 와닿는다”고 말한다.

책에는 또 인류 역사와 함께했던 정원의 역사와 그 역사를 뒤흔든 ‘가든 논쟁’, 저자에게 큰 영감을 준 세계적인 가드너 5인의 삶과 가드너로서의 철학 등의 지식도 전달하며 더욱 깊이있게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대한 고민과 희망을 그려낸다.
허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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