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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안 된다’는 편견과 싸운 100명의 ‘센 언니’들

‘여자는 안 된다’는 편견과 싸운 100명의 ‘센 언니’들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2-07-07 19:54
업데이트 2022-07-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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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좋은 여성들/힐러리 로댐 클린턴·첼시 클린턴 지음/최인하 옮김/교유서가 /616쪽/3만 3000원

로자 파크스·헬렌 켈러 등
세상 바꾼 여성들 이야기
힐러리 클린턴, 딸과 저술

끝내 유리천장 못 깬 힐러리
여성들의 도전 아직 안 끝나
性 갈등 심한 한국에 큰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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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1955년 인종차별적 버스 조례에 항거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  교유서가 제공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1955년 인종차별적 버스 조례에 항거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
교유서가 제공
1955년 12월 1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는 퇴근 버스에 올랐다. 버스 중간쯤에 자리잡고 앉은 그는 나중에 탄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운전기사의 말에 “내가 먼저 탔고 똑같은 요금을 냈잖아요”라며 이를 거부해 경찰에 체포됐다. 빈자리가 없을 경우 흑인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조례를 어긴 탓이다. 하지만 이는 흑인들의 버스 불매 운동을 촉발했고, 1년 만에 차별 철폐로 이어졌다.

전직 미국 국무장관이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으로, 2016년 대선에 출마한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그의 딸 첼시는 ‘배짱 좋은 여성들’에서 이처럼 편견과 억압을 딛고 사회를 변화시킨 여성 100여명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유명 문구가 인류의 절반이 여성임을 간과하듯 오랫동안 여성의 위상은 온화하고 순종적인 성 역할에 고착돼 있었다. 하지만 책 속 인물들은 다양한 이력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끌어 낸다. 시각과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인권 운동가로 명성을 떨친 헬렌 켈러는 사회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로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창립해 노동자 권리 보호에 앞장섰으며 연방수사국(FBI)의 감시 대상이 됐다. 힐러리는 2018년 텍사스주 교육위원회가 미국사 수업에서 켈러와 관련된 내용은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비판하며 공화당식 보수주의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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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2013년 64세의 나이에 쿠바와 미국 플로리다 사이 바다를 헤엄쳐 건넌 수영 선수 다이애나 니아드. 교유서가 제공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2013년 64세의 나이에 쿠바와 미국 플로리다 사이 바다를 헤엄쳐 건넌 수영 선수 다이애나 니아드.
교유서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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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운전 금지 관습에 항거한 마날 알샤리프. 교유서가 제공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운전 금지 관습에 항거한 마날 알샤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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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멕시코 수녀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는 당시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던 고등교육을 받고자 수녀의 길을 택했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최초로 주장한다.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의사이자 ‘몬테소리 교육법’으로 유명한 마리아 몬테소리도 장애아동 교육의 선구자 격 인물이다. 수영 선수 다이애나 니아드는 64세에 쿠바에서 플로리다 해안까지 177㎞를 헤엄쳐 건넜고, 마날 알샤리프는 여성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금기에 도전한다. 한국계 미국인 재료기술자 앨리스 민수 전은 전기를 이용할 수 없는 오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전등 ‘솔라퍼프’를 개발한 혁신의 아이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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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2013년 미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이끌어 낸 성소수자 운동가 에디 윈저. 교유서가 제공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2013년 미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이끌어 낸 성소수자 운동가 에디 윈저.
교유서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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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19 84년 7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부통령 후보로 선출된 제럴딘 페라로.  교유서가 제공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딸 첼시는 공저 ‘배짱 좋은 여성들’을 통해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격 여성들을 조명한다. 사진은 19 84년 7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부통령 후보로 선출된 제럴딘 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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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전직 대통령 가족으로서 저자들의 개인적 이야기도 담겨 관심을 끈다. 첼시는 아버지가 1996년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은 미국 결혼보호법에 서명한 것을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2013년 연방대법원에서 동성 결혼 합헌 결정을 이끌어 낸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 에디 윈저에게 감사를 표한다. 1984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제럴딘 페라로가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던 순간 힐러리는 환호하며 미래의 꿈을 다지던 당시 추억을 떠올린다. 페라로와 마찬가지로 끝내 유리천장을 뚫지 못한 그의 회한이 묻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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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겨 있지만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모녀는 말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성취가 아닌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에 대한 것이며, 다음 세대가 그들의 이야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대학 졸업생 수는 여성이 남성을 앞서 왔지만 여전히 정부와 과학기술, 경영, 교육 분야에서의 고위직 여성 비율은 남성에 미치지 못한다. 전 세계 여성 중 3분의1이 신체적 폭력이나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에 저자들은 성별과 세대를 넘어 모두 힘을 합칠 것을 제의한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열악한 여성 인권에 대한 성찰이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유리천장을 뚫고자 고군분투해 온 힐러리의 정치 역정과 고뇌가 이해된다. 혐오와 성별 갈라치기가 일상화된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 단순한 인물 열전으로 가볍게 볼 책이 아니다.

하종훈 기자
2022-07-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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