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존-딜런 헤인즈·마티아스 에콜트 지음
배명자 옮김/흐름출판/296쪽/1만 9000원
농담처럼 ‘갖고 싶은 초능력이 뭐냐’고 물으면 어린아이일수록 슈퍼맨 같은 초인적 힘을 원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은 자기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갈등을 줄이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마음을 읽는 능력을 욕망해 왔다.
그렇다면 상대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SF나 사이비 종교인의 주장에서나 찾을 수 있는 황당한 이야기일까. 저자인 존-딜런 헤인즈 박사와 과학저널리스트 마티아스 에콜트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건 헤인즈 박사가 독일 베를린 고등신경영상연구센터 소장이자 ‘브레인 리딩’이라고 불리는 생각 읽기 연구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라는 점 때문이다. 헤인즈 박사는 현대 과학의 최전선이라는 뇌신경과학 중 뇌영상, 브레인 리딩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뇌신경영상 분야의 최신 동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헤인즈 박사는 연구 성과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생각 읽기의 적중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왜 생각을 읽으려 하는가’라는 윤리적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다. 뇌병변, 뇌졸중 같은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브레인 리딩이 새로운 소통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특정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브레인 리딩도 다른 정보통신기술(ICT)처럼 매우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책이 진정 목적하는 방향은 최신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무비판적 수용이 아닌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바로 그 지점이다.
2022-10-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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