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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네 탓이 아니야… ‘아픈’ 청년들의 생존 분투기

불운한 네 탓이 아니야… ‘아픈’ 청년들의 생존 분투기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2-12-15 17:58
업데이트 2022-12-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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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한 청년들/김미영·김향수 지음/오월의봄/372쪽/1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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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두 개로 고무줄을 계속 늘이면 언젠가 끊어지게 마련이다. 끊어진 고무줄은 손가락을 때리고, 손가락은 말 못하는 고무줄을 향해 눈을 흘긴다. 통증의 실질적인 원인 제공자는 고무줄을 끊어지도록 만든 힘인데도 그렇다.

한 청년이 결근을 했다. 이 청년이 맡았던 일은 이제 나눠 처리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아파야 청춘인데, 돌도 씹어 먹을 나이에 결근이 말이 되는가. 청년을 결근하게 만든 건 만성질환일 수도, 인원 부족으로 인한 과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은 끝내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질환을 숨기든가.

‘골골한 청년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헤치고 있다. 제목은 다소 가벼이 느껴지지만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다. 책은 이른바 ‘골골한’ 청년 일곱 명의 생애사를 다룬다. 만성질환 진단을 받고 주 40시간 노동이 체력적으로 버거워 일을 그만둔 적이 있는 20~30대가 대상이다. 취업준비생, 공기업 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 지위에 놓인 이들은 허리 디스크와 크론병, 망막분리, 중추기원 현기증, 고혈압, 선천성 심장병 등 다층의 중증도로 여러 질환을 겪고 있다. 저자들은 인터뷰한 청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질병 서사와 사회관계, 노동, 생활시간, 사회 정책 등의 문제를 고루 살폈다.

결론은 이들의 문제가 불운한 개인들의 특별한 사연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청년층 문제는 노년층과 또 다르다. 생애주기상 노동 세계에 입문하는 청년기에 골골한다는 건 일터에서의 배제, 중도 이탈, 성장 가능성의 포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이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MZ세대’ 운운하며 그들의 특성 따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모든 청년은 건강하다는 명제 위에서 각종 사회 정책이 수립될 때, 소외된 청년들의 그늘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만성질환 등 질병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 만성질환자의 근로를 보장하는 국가 차원의 환경 조성과 정책 수립 등을 주문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2022-12-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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