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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 드리는 맘으로 커피 뽑다보니 교황도 뵙네요”

“예수께 드리는 맘으로 커피 뽑다보니 교황도 뵙네요”

입력 2014-08-08 00:00
업데이트 2014-08-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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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시복식 때 교황에게 예물봉헌하는 신자대표 강지형씨 가족

서울 성북동의 카페 ‘조셉의 커피나무’는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선 이름난 곳이다. 경치와 분위기도 좋지만 주인 부부의 후덕함 때문이다. 손으로 내리는 드립커피의 깊은 맛과 향은 기본이다.

주인 강지형(58)·김향신(56) 씨 가족은 천주교 신자 대표로 뽑혀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을 봉헌한다.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우리보다 좋은 일을 많이 하고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어째서 우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기지 않아서 살을 꼬집어 보기도 했어요. 교황님을 가까이에서 직접 뵌다니 가슴이 벅차고 감격스럽습니다.”

이들 부부는 가난한 이들을 원조하는 가톨릭 기구인 한국카리타스를 통해 20년 넘게 지구촌의 굶주린 사람들을 돕고 있다.

매일 첫 손님에게서 나오는 커피값을 꼬박꼬박 카리타스에 기부한다. 매달 첫 금요일의 하루 매상 전액도 고스란히 기부금으로 들어간다. 예수가 성 금요일에 십자가에서 수난을 당한 것을 기억하자는 뜻이다.

일년에 몇 차례씩 여는 벼룩시장의 수익금 또한 기아민 돕기에 쓰인다.

아무리 좋은데 쓴다지만 땀 흘려 번 돈을 이렇게 아낌없이 내놓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결혼 뒤 14번이나 이사했다는 이들은 훨씬 더 가난할 때도 지금보다 액수만 적었을 뿐 더 많이 나누면서 살았다고 한다.

”하느님 몫으로 떼어놓는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쉬워요. 결코 저희 마음대로 손댈 수 없는 부분이에요. 하느님한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갖는 거라면 별 의미가 없겠죠.”

부부는 자신들이 성당에서 봉헌예물을 드려본 적도 없고, 열심히 하는 신자도 아니라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묻어나는 깊은 신앙심과 따뜻한 인간애는 숨길 수 없다.

부인 김 씨는 “애들 키우고 먹고 살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돕는다. 좋은 일을 하면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진다. 다른 분들도 남을 돕는 데 두려움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얘기를 듣다 보면 시복식의 예물봉헌 대표로 이들만큼 적임자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는 예전부터 천주교 성인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차만 타면 제일 먼저 성인들의 삶에 관한 테이프를 틀어놓는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들은 테이프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부부는 이번에 시복되는 한국 천주교 첫 여성신도 회장 강완숙 골롬바를 특히 존경해 둘째 딸의 세례명을 아예 ‘완숙 골롬바’로 지었다.

큰딸 결혼식 때도 양복과 한복을 빌려 입었던 부부는 시복식 참석을 위해 큰 마음 먹고 온 가족이 한복을 새로 맞췄다.

이들의 소망은 굶주리는 사람은 줄고 남을 돕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거란다. 또 세상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게 입구에는 ‘들어오는 분이 바로 그분이시다’란 문구가 붙어 있다. 손님 한명 한명을 모두 예수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손님들이 가끔 물어보세요. 똑같은 재료와 기구로 만드는데 직원들이 내리는 커피와 제 커피가 왜 맛이 다르냐고...예수님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면 신기하게도 커피 맛이 훨씬 더 좋아집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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