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꼭 안겨 보리라, 콧대 높은 몰디브

너에게 꼭 안겨 보리라, 콧대 높은 몰디브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5-09-18 18:02
업데이트 2015-09-1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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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서 싱가포르까지 6시간 → 환승 4시간 → 다시 6시간 비행하면 말레국제공항 → 리조트까지 또 스피드보트·수상비행기 → 겨우 도착하니 말로만 듣던 지상낙원… 고생한 보람 있구나

콧대 높은 연예인 같았다. 명성을 듣고 한번 만나달라고 졸라도 쉬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점이 꼭 그랬다. 이미 국내에서 신혼여행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 심리적 거리는 이토록 가깝건만, 물리적 거리는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현재 한국과 몰디브를 연결하는 항공편 중엔 직항이 없다. 스리랑카의 콜롬보를 거치는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게 그나마 가장 빠른 방법이다. 대개는 싱가포르나 두바이를 경유한다. 이번 여정은 싱가포르를 거쳤다. 인천국제공항에서 6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해 4시간을 기다린 뒤, 다시 6시간의 비행 끝에 겨우 말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말레국제공항은 자체가 하나의 섬이다. 말하자면 섬 하나에 공항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점점이 흩뿌려진 리조트로 가기 위해서는 거리에 따라 스피드보트나 수상 비행기, 국내선 항공기 중 하나로 다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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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푸시 리조트의 백사장 풍경. 몰디브의 해변은 죽은 산호가 잘게 부서진 가루로 이뤄져 있어 입자가 매우 곱고 빛깔도 하얗다.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이루푸시 리조트의 백사장 풍경. 몰디브의 해변은 죽은 산호가 잘게 부서진 가루로 이뤄져 있어 입자가 매우 곱고 빛깔도 하얗다.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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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수중 환경을 자랑하는 몰디브에서는 스노클링이 대중적인 수상 레포츠다.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빼어난 수중 환경을 자랑하는 몰디브에서는 스노클링이 대중적인 수상 레포츠다.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1200개의 산호섬… 그 중 200여곳만 사람 살아

첫 목적지인 지탈히 쿠다 푸나파루 리조트에 가려면 말레에서 수상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더 날아야 한다. 엔진의 진동과 소리가 그대로 느껴지는 수상 비행기의 특성 탓에 멀미를 호소하며 비닐봉지를 찾는 이들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에어컨도 없는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서 이어플러그로 귀를 막은 채 고난의 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상상 속 몰디브의 자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몰디브는 약 1200개의 작은 산호섬으로 이뤄져있다. 그중 사람이 사는 곳은 200여개뿐이다. 관광산업이 주 수익원인 몰디브답게 그 대부분이 리조트다. 대개 하나의 섬 전체가 별개의 리조트로 조성돼 있다.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2m에 불과한 몰디브는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향후 50년쯤 뒤에는 완전히 잠겨버릴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여정에서 방문한 몰디브 리조트 관계자들은 해마다 백사장이 짧아지고 있는 게 고민거리라고 털어놨다.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몰디브 리조트들은 점차 빌라 형태를 수상가옥 위주로 신·증축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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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탈히 리조트의 수상비행기 선착장. 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로 이뤄진 몰디브에서는 수상 비행기가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지탈히 제공
지탈히 리조트의 수상비행기 선착장. 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로 이뤄진 몰디브에서는 수상 비행기가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지탈히 제공


●대부분 ‘1섬 1리조트’… 무인도 같은 착각까지

말레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188㎞ 떨어진 지탈히 리조트에서 여장을 풀었다. 지탈히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과 바로 맞닿아있다는 점이다. 몰디브 리조트 중 어디가 안 그럴까만 지탈히는 특히 섬 전체에 객실이 50개밖에 되지 않아 사람의 손길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무인도에 혼자 머물다 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 보니 객실이 만실인 성수기에도 리조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관광객을 마주치는 일이 드물다.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거나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조용히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몰디브 리조트들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은 ‘버기’라고 불리는 일종의 카트인데, 지탈히엔 이마저도 5대뿐이다. ‘버기’는 필요에 따라 리조트 직원들이 운전해준다.

구경삼아 섬을 한 바퀴 도는 사이 과일박쥐며 도마뱀, 게 등 온갖 야생동물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눈 좀 붙이려고 누운 객실 천장에도 작은 도마뱀이 터줏대감처럼 붙어 있었다. 몰디브에서 마주친 동물들 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건 까마귀다. 식사 때면 어김없이 까마귀 떼가 어디선가 날아와 참견을 한다. 바로 옆자리까지 다가와서는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다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놓치지 않고 식탁에 놓인 빵을 물어가곤 한다.

육지만이 아니다. 수중 생태계도 생동감이 넘친다. 굳이 배를 타고 ‘스노클링 스팟’까지 나갈 필요 없이 마스크와 스노클을 착용하고 해변 어디서든 뛰어들기만 하면 금방 산호 군락과 함께 열대어 등의 수중 생물들과 마주칠 수 있다. 핀에 구명조끼까지 살뜰히 챙겨 입고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정신이 팔려 한없이 바다로 나가다 보니 해저 ‘리프’가 등장했다. 몰디브 섬의 항공사진에서 자주 등장하는 밝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산호 군락인데, 여기서 갑자기 짙은 파란색으로 색이 진해지는 그 경계가 바로 리프다. 해저 지면이 낭떠러지처럼 급격히 깊어지는 곳이다. 이 리프의 경계를 따라 계속 헤엄쳐 나가자 산호 군락 쪽에 사는 작은 열대어들과 리프 너머에 사는 물고기 떼를 한번에 보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리프를 넘어가면 깊은 바다다. 운이 좋으면 이곳에서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쨍쨍하던 해가 눈 깜짝할 새 사라지고 비가 쏟아졌다. 몰디브는 5~10월이 우기다. 화창하다가도 먹구름이 보이는가 싶으면 금세 폭우가 휩쓸곤 한다. 그렇기에 수중 레포츠는 해가 고개를 내밀고 있을 때 잽싸게 해치워야 한다. 스노클링을 끝내고 나오기가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해 이후 예정돼 있던 ‘돌핀 크루즈’는 아쉽게 취소됐다. 그러나 맑은 날에는 배를 타고 나가 돌고래 떼를 만나는 돌핀 크루즈나 석양이 지는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는 ‘선셋 피싱’, 다이빙 같은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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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촬영한 더 선시암 이루푸시 리조트 전경.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항공촬영한 더 선시암 이루푸시 리조트 전경.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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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촬영한 더 선시암 이루푸시 리조트 전경.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항공촬영한 더 선시암 이루푸시 리조트 전경.
이루푸시 리조트 제공


●리조트마다 시차 1시간 나기도… 미리 확인을

지탈히에서 수상 비행기를 타고 10여분을 가면 더 선시암 이루푸시가 나온다. 거리는 가깝지만 이루푸시와 지탈히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루푸시는 지탈히에 비해 규모가 훨씬 더 크다. 20개의 룸을 갖춰 몰디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파센터와 11개에 달하는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도 다양해 떠들썩한 관광지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키즈클럽 등 가족단위 관광객을 배려한 편의시설도 눈에 띈다. 객실 수도 지탈히의 약 4배인 221개다.

심지어 두 리조트는 시간도 달랐다. 몰디브에는 2개의 시간이 있다. 말레 시내 시간과 아일랜드 시간이다. 말레 시간으로는 한국과의 시차가 4시간, 아일랜드 시간으로는 3시간이다. 아일랜드 시간이 한 시간 더 느리다. 리조트마다 적용하는 시간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해서 비행기 시간 등을 계산할 때 착오를 막아야 한다. 지탈히는 말레 시간을, 이루푸시는 아일랜드 시간을 각각 따른다. 이 때문에 실제 이동시간은 10분 남짓이었음에도 지탈히에서 이루푸시로 옮겨오자 졸지에 1시간 10분이 지나 있었다.

몰디브 리조트들의 객실 형태는 일반적으로 비치빌라와 워터빌라로 나뉜다. 비치빌라는 말 그대로 해변에 위치해 있고, 워터빌라는 발코니에서 바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수상객실이다. 빌라에 딸린 개인 수영장이나 뒤뜰과 연결된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해변이 보이는 야외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으면 그 자체로 천국이 따로 없다. ‘몰디브에선 할 게 없어서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빌라 안에서만도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이루푸시의 프론트 매니저 애슐리는 “아예 식사까지 룸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여행 내내 빌라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 고객도 많이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 내내 아무리 공들여 머리를 감아도 머릿결이 유난히 뻣뻣하게 여겨졌다. 바닷물 탓인가 싶어 리조트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호텔에 비치해놓은 샴푸 때문일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이 최고의 관광자원인 몰디브는 역설적으로 관광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몰디브의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일종의 ‘몰디브판 난지도’ 틸라푸시 섬은 쓰레기의 양이 포화 상태에 다다라서 ‘제2의 틸라푸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런 연유로 몰디브의 리조트들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중 하나가 계면활성제를 쓰지 않은 수용성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조트에 비치된 샴푸로 씻고 나면 다소 찜찜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리조트 중엔 아예 손님이 가져온 비누나 샴푸 등은 사용을 금지하는 곳도 있단다. 그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긴, 이토록 눈부신 자연이 앞에 있는데 그 정도 불편함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지 않으랴.

몰디브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여행수첩

●엄격한 이슬람 국가… 술 반입 하면 압수 돼요

‘세계적인 휴양지’라는 명성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 같지만, 몰디브는 사실 엄격한 이슬람 국가다. 국민의 99.9%가 이슬람교도다. 그렇다 보니 몰디브 현지인들에게는 돼지고기 섭취와 음주가 금지돼 있다. 물론 관광지답게 여행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너그럽다. 리조트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겐 술과 돼지고기를 얼마든지 판매한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도 주류 반입은 금지다. 술을 가지고 몰디브에 입국하면 공항에서 압수된다. 혹시 면세점에서 주류를 살 계획이 있거든 몰디브에서 출국할 때 구입하는 게 좋다.

●밤 비행기로 출국한다면 남는 시간 시내구경

공항과 리조트를 연결하는 수상 비행기는 해가 지면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날 일정을 짤 때 유의해야 한다. 특히 밤 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라면 공항에서 몇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그럴 땐 말레국제공항에서 보트를 타고 10여분 거리에 있는 말레 시내를 구경하는 것이 좋다. 보트 비용은 한 사람당 1달러 내외다. 만일 시내에 가기가 여의치 않다면 공항 근처의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항에서 호텔을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숙박을 하지 않아도 스파와 식사, 짐 보관,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구성돼 있다.

●한국 대사관 없어요… 여권·소지품 주의를

몰디브에는 대한민국 대사관이 없다. 가까운 스리랑카의 대사관에서 업무를 겸임한다. 그렇기 때문에 몰디브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면 굉장히 번거로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임시 여권 등을 발급받을 목적으로 대사관을 방문하려면 여권 없이 몰디브에서 스리랑카로 이동해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몰디브에서는 중요한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
2015-09-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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