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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꿈 에세이① 너, 스마트폰 있니?] 맛폰에 중독되는 일이 없도록…

[삶과꿈 에세이① 너, 스마트폰 있니?] 맛폰에 중독되는 일이 없도록…

입력 2011-06-12 00:00
업데이트 2011-06-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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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말, 발음에는 참 재미있는 것이 있다. 이건 진짜루 서울 사람들만 안다. ‘너 몇 살이니?’라고 써 놓고는 막상, 말로 할 때는 ‘너 며 쌀이니?’라고 물어본다. ‘학교’라고 쓰고는 ‘핵교’라고 말한다. 또 있다. ‘안경’을 ‘앤경’이라고 말한다. 아주 어른이 되어서는 조금 달라지지만 어릴 때는 죄다 그렇게 말했다. 어찌 보면 그게 서울말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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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보면 ‘앤경’을 낀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 나는 매일 지하철을 타고 ‘핵교’에 강의하러 가는데, 차 안에서 보면 ‘앤경잽이’ 청춘들이 쌔고 쌨다. 통계를 내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느낌으로는 아마 70% 정도는 ‘앤경잽이’가 아닐까? 설령 아니더라도 콘택트렌즈를 착용했을지도 모른다. 나도 ‘앤경’을 끼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핵교’ 다닐 때 흔들리는 뻐쓰 안에서 책을 본답시고 잘난 척하다 그렇게 되었지만 지금 젊은 친구들은 그게 아니다. 모두들 회사에서나 집에서 또는 학교에서 컴퓨터와 텔레비전 등에서 눈을 뗄 줄 모르고 산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작은 사이즈의 휴대용품(전화기나, 게임기, PMP 등)을 들고다니며 어디서나 늘상 그것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거기다 이제는 스마트폰까지? 이렇게 눈을 쉬지 않고 혹사 아닌 혹사를 시키니 어찌 눈에 탈이 나지 않겠는가.

내가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으로 있을 때, 한 팀장이 새 전화기를 들고 왔다.

“이사장님, 이 전화기를 사용하시지요.”

“그게 뭔데?”

“아이폰(스마트폰)입니다.”

“그래? 한 번 써 보지.”

그렇게 나는 스마트폰을 한두 달 들고 다녔다. 그러다가 다시 반납했다. 그러지 않아도 골치 아픈 일이 즐비한데… 이 넓적한 기계까지 나를 피곤하게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스마트폰은 분명 편리하고 재미있는 물건임에 틀림이 없다. 영화는 물론 게임, 길 찾기, 인터넷, 뉴스 보기, 각종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무궁무진하게 들어 있다.

지하철을 타고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그거 하나씩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개콘’(개그콘서트)을 보는지, 예능프로그램을 보는지, 혼자서 킬킬대기도 한다. 아무튼 시간 가는 줄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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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줄여서 스맛폰이라고 하다가 종래에는 맛폰이라고 부른다. 한번 맛을 보면 도저히 헤어나지 못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중독’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중독이란 말은 어떠한 경우이건 좋은 의미로 쓴 적이 없다. 항상 부정적이다.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심지어 ‘일 중독’도 좋은 의미는 아니다. ‘선행 중독’이나 ‘봉사 중독’이란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중독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물건은 어차피 신경이 쓰인다. 이건 나의 기우일까? 궤변일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의 값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엄청나게 비싼 테크놀로지 기계를 젊은 학생들이 사서 들고 다니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거 만드는 회사는 자기네 물건이 날개 달린 듯 잘 팔리니까, 신이 나서 자꾸자꾸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소비자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마구마구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게 바로 중독의 초기 현상이다.

우리나라에는 못 들여온다. 컨텐츠를 주지 않아서 들여오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등등. 이렇게 논란이 됐던 일도 있다.

그것이 겨우 제작년 초, 그러니까 2009년 4월경이었다. 그러던 것이 2년여 만에 기아급수적으로 불어나더니 현재는 1천만 대를 넘어섰고, 금년 말이면 2천만 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천만 대를 인구비례로 따져보면 엄청나다. 5천만 인구의 40%이지만 아주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을 제외하면 50%가 넘는 사람들이 맛폰과 사랑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스마트(Smart)란 말은 똑똑하다, 영리하다, 멋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맛폰은 안 되는 것 없이 척척 입맛에 맞춰 준다.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비서이고, 아주 좋은 멘토다. 교실에서도 교수님이 질문을 하는 데 대답할 길이 막막하거나 가물가물할 때, 이 물건 꺼내서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두 번만 쓱쓱 밀어대면 즉시 답이 나온다. 심지어 교수님에게 바라는 대답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정말로 똑똑하다. 그야말로 스마트하다.

그러나 그 똑똑함이 문제라는 것이다. 기계는 아주 똑똑하다. 또한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다. 이점은 틀림없다.

“18세기에 영국인들이 1년 동안에 걸쳐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뉴욕타임스》 하루 신문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라는 말을 10여년 전에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나온 후에는 《뉴욕타임스》 10년치를 순식간에 찾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인터넷에 더해 각종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제압할 수 있으니 가히 ‘정보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똑똑한 기계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기계의 주인도 함께 똑똑해져야 할텐데… 결과적으론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인은 그저 기계를 조작하는 테크닉만 익히면 된다. 얻은 정보가 머리에 들어올 필요도 없다. 혹시 잊어버리면 맛폰을 열고 또다시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쓱쓱 문지르면 “예, 주인님!” 하면서 정보를 콸콸 쏟아낸다.

그래서 똑똑한 기계를 사용하는 주인은 갈수록 더 바보가 되어 간다. 기계, 즉, 로봇(Robot)은 세월이 갈수록 스마트해지고, 인간은 세월이 갈수록 ‘덤 앤 더머’가 되어 간다. 그 사이에 로봇을 만든 사람들(스티브 잡스 등등)은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돈을 ‘콸콸콸~♪’ 벌게 되겠지.

또 하나 짚고 가야할 것은 유행의 무서움이다. 스마트폰의 권력(?)을 업고 요새는 모든 곳에 스마트가 붙는다. 스마트 TV, 스마트 CEO(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스마트 카, 스마트 워킹, 스마트 바지, 조끼, 스마트 마켓, 스마트 캠퍼스 등등 온통 난리다. 이러다간 스마트 아버지, 스마트 엄마, 스마트 아들, 딸, 손자, 손녀, 스마트 삼촌이 나올 판이다. 그야말로 스마트 혁명이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항상, 강력하게 주장하고, 또, 권고하는 것이 다음과 같은 말이다.

“인터넷이나 맛폰에서는 정보를 찾아내고, 책에서 지식을 얻어야 한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인데 그게 잘 실천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절대 불변의 진실, “새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으면, 고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_ 정홍택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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