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 그의 꿈] 고향을 위한 봉사, 애니메이션으로 꽃피우다

[그의 삶 그의 꿈] 고향을 위한 봉사, 애니메이션으로 꽃피우다

입력 2011-07-17 00:00
업데이트 2011-07-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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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정보문화진흥원장 박흥수

작년 4월 15일, 칸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바로 그 도시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제(정확히는 컨텐츠 360 크로스미디어페스티벌)가 열렸다. 아동 관련 베스트 에듀케이셔녈 컨텐츠·서비스아이디어(웹TV, DMB, IPTV 전반) 부문 최종후보로 오른 작품은 세 작품 - 프랑스, 브라질, 그리고 한국 작품(강원정보문화진흥원에서 제작지원한 <피들리팜> - 이었다. 영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 사회를 본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으로 <피들리팜>이 거명되자 박흥수 강원정보문화진흥원장(이하 원장)은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장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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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공직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오던 일, 진흥원의 직원들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고생하던 일, 디즈니사의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수많은 이메일과 해외출장. 애니메이션 불모지인 한국에서 그동안 외국 애니메이션사가 주는 하청작업만 하던 한국이 창작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일이 기적같이 여겨졌다. 그러면서 ‘우리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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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애니메이션박물관으로 가는 길, 춘천으로 가는 전철을 타면서 약간의 설렘이 있었다. 그동안 춘천을 몇 번 가보았지만 갈 때마다 호수와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주는 아름다운 경치에 반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박흥수 원장에 대한 경외감도 작용했으리라.

인터뷰를 막 시작하려는데 한승수 전 총리로부터 박흥수 원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반갑게 맞이하는 말투가 예사 친한 사이가 아니다.

“한 전 총리와는 고향친구로 학교(춘천고)도 같이 다녔고, 통역장교로 군생활도 같이 했어요. 나중에 정년퇴직하면 고향에 내려와서 봉사하겠다고 서로 약속했는데 내가 먼저 내려온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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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원장이 춘천에 내려온 것은 지금부터 8년 전, 당시 춘천시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서울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을 춘천으로 불러들였는데 대부분 외국 회사의 하청작업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나마 정부 지원이 끊어지니까 거의 철수한 상태. 창작이란 건 없었다.

“2006년 기준으로 영화시장이 7백억 불이라면 애니메이션 시장은 천억 불입니다. 애니메이션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지요. 수많은 캐릭터 상품, 테마파크, 광고, 저작권에 따른 수입이 갈수록 커집니다. 그래서 덤벼들게 되었지요. 어떤 분야든 10년은 공들여야 성공한다 생각하고 시작한 겁니다.”

애니메이션 창작 분야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세계시장에 먹힐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 만든 작품은 <구름빵>. 2005년 처음 그림책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으며 지금까지 40만 부 이상 팔린 유아 그림책 시장의 스테디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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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감독을 데려오다

할리우드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카툰네트웍, 니콜로디언 등에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답장을 보내온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동안 알고 있던 인맥을 총동원했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도 3단계만 거치면 아는 사람이 있었다.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그들과 연결됐지만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직접 <구름빵>을 여러 형태로 그려 할리우드로 갔다. 창작감독에게 보여주면서 어떤 게 좋은지 지적해 달라고 했다.

“나는 영화 <서편제>를 참 재미있게 봤는데 프랑스나 미국에선 그게 무슨 뜻인 줄 모릅니다. <겨울연가>도 아시아에선 인기지만 서양에선 안 됩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 만들어놓고 보여주면 소용이 없지요. 제작 초기부터 <구름빵>이 세계 시장에서 먹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일일이 자문을 구했습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도 여러 명 모셔왔다. 본인 월급의 몇 배나 되는 월급을 주고 집과 차를 제공했다. 계약 조건도 조건이지만 박흥수 원장의 진실성에 이끌려 그들은 기꺼이 도움을 주려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구름빵>은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제38회 애니어워즈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에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후보에 오른 것이다. <구름빵>은 KBS1 TV를 통해 작년 9월부터 방영되면서 <뽀로로>와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피들리팜>은 EBS를 통해 올 10월에 방영될 예정. 두 작품 다 3D입체영상으로 제작이 진행되고 있으며 제빵(뚜레쥬르), 뮤지컬, 유아용기저귀, 인형, 문구 등 다양한 분야에 캐릭터가 제공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가 그랑프리를 받았다면 세상이 떠들썩할 텐데 우리는 애니메이션 분야라서 그런지 지역신문에서 인터뷰하고 난 후 SBS에서 뉴스 한 번 나간 정도예요. 조금 섭섭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더 큰 수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괜찮아요. 언젠가는 정부나 국민들이 알아줄 거라고 봅니다.”

구름빵을 먹고 하늘로 날아오르다

박흥수 원장은 평생을 이노베이션(혁신)에 주력한 사람이다. 연세대 재직 중에는 1985년 한국 최초로 교환학생제와 국제대학원을 만들었다. 88올림픽을 하게 되면 세계화 바람이 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EBS교육방송에 가서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교육부 산하 교육개발원 부설 교육방송본부였던 것을 공사로 만들었다. 그때 언론 사상 초유의 63일 노조파업을 치르면서 교육방송공사로 재탄생시켰는데 지금도 당시 노조에 있었던 사람들이 생일마다 찾아온다고 한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아요. 직원들의 복지도 신경 써야 하고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개발하고 테마파크도 만들 생각입니다. 지금 짓고 있는 애니메이션 창작개발센터도 6월이면 완공될 것이고 3D TV에 들어갈 컨텐츠로 엘지에 <피들리팜>과 <구름빵>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한데 아일랜드와 핀랜드는 계약이 확정됐고 이탈리아, 노르웨이, 프랑스, 영국의 BBC 등과도 접촉 중입니다. 그 다음엔 중동, 아프리카, 북미로 들어갑니다. 이제 막 시작입니다.”

앞으로 할 일을 묻자 박흥수 원장은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나이가 주는 원숙함에 순수한 기쁨이 배어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들려줄 말을 부탁했다.

“이념에 물들지 않고 백지장 같은 상태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념적 편향이 심하면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러면 자기 가능성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피들리팜>과 <구름빵>의 주인공이 그렇듯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고 부모·형제·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사무실 안에 화강암 건축 자재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짓고 있는 창작개발센터 건물 자재라고 한다. 자재 하나마다 박흥수 원장이 직접 검사하고 선택해서 짓는다고 했다.

<TIP>

구름빵

<구름빵>은 사랑스러운 고양이 홍비와

생명력 넘치는 홍시가 친구와 이웃을 도우며

다채로운 모험을 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어느날 아침, 홍비는 창밖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하얀 구름 한 조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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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비는 동생 홍시와 함께 나무 가지에 걸린

구름 한 조각을 걷어 엄마에게 가져다준다.

엄마는 구름을 큰 그릇에 담고, 신선한 우유와 물을 붓고, 이스트와 소금, 설탕을 넣어 반죽을 하고,

작고 동그랗게 빚은 다음 오븐에 넣어 구름빵을 만든다.

구름 모양의 구름빵이 고소한 냄새를 피우며 두둥실 떠오르고, 구름빵을 먹은 홍비와 홍시도 두둥실 떠오른다.

홍비와 홍시는 하늘을 훨훨 날아서, 아빠에게 빵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공공도서관에 있는 훼손된 책들을 고쳐주기도 하며, 어딘가로 사라지는 빨래들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피들리팜

팜팜의 꿈은 친구들을 돕는 영웅이 되는 것.

팜팜은 애니가 처음 그림으로 그린 것을 오빠인 숀이

나무블록으로 만들어 탄생한다.

두 남매는 나무블록으로 만들어진 팜팜의 가슴에

하트 모양의 종이를 오려 붙이고 심장소리를 본 따 팜팜이라고 이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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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무지개를 통해 생명을 얻게 된 팜팜은

애니의 스케치북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팜팜은 재밌고, 친절하며 순수한 사랑스러운 친구.

팜팜은 변신을 통해 친구들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주기도 하며

장난감 고양이 메이와 스케치북 세상에서 멋진 모험을 한다.

글_ 김창일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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