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8월호]40억 사기당한 후 우울증 앓았던 지난날 고백한 배인순

[퀼8월호]40억 사기당한 후 우울증 앓았던 지난날 고백한 배인순

입력 2010-08-03 00:00
업데이트 2010-08-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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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가요상을 휩쓸던 인기가수였고, 그후로는 누구나 아는 재벌가의 ‘사모님’이었다. 지난 1998년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22년의 결혼생활을 이혼으로 끝맺은 배인순은 비로소 진짜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배신을 당하고, 돈을 잃고, 우울증으로 고통받으며 힘겹게 배워온 세상살이. 그 세월을 통과해온 배인순은 “지금 난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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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억 날리고 인생수업 제대로 했다

 22년의 결혼생활이 쓰라리게 끝나버린 후, 나는 덜컥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재벌가’의 울타리 안에서 살던 시절에는 그저 내 마음대로 살았다. 언제나 현금을 받아서 썼기 때문에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도 몰랐고, 세금을 내는 방법도 몰랐다. 그때는 항상 누군가 다 알아서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로봇같이, 바보같이 살았구나 싶어진다. 진짜 세상살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다음부터 혹독한 인생경험을 시작했다. 사람 말을 잘 믿고, 다들 ‘내 마음 같겠거니’ 받아들인 나는 연달아 사기를 당했다. 이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믿고 의지해오던 지인이 15억원의 돈을 가지고 잠적했다. 은행 거래를 제대로 해본 적 없어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친한 언니에게 돈 관리를 부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번 사기를 당하고 나니,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조급함이 화를 불렀다. 5억을 투자하면 25억으로 불려주겠다는 말도 덜컥 믿고 투자할 만큼 세상 물정을 몰랐으니까. 그렇게 날린 돈을 모두 합치면 40억원 가까이 된다. 그래도 이젠 더 이상 그런 사기꾼에게는 당하지 않을 것 같다. 12년간 산전수전 겪으면서 나도 많이 단단해졌으니 말이다. 4년 전쯤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고생을 했다. 몇 번이고 배신당하고, 사기를 당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밀려왔다. 막내아들을 아이들 아버지(최 전 회장) 쪽으로 보내고 난 뒤에는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 말동무도 사라지고, 텅 빈 집안에 앉아 있노라면 그야말로 세상에 나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얘기할 사람이 없어, 혼자서 자문자답하던 나는 우울증 약을 끊고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생각 끝에 내가 찾은 해결책은 무조건 운동을 시작하는 일이었다. 뜨겁던 한여름에도 나는 하루에 20킬로미터씩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길을 달렸다. 비록 40억원이라는 큰돈을 잃었지만, 나는 요즘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말하며 다닌다. 그 돈을 모조리 없애게 만든 일에는 하느님의 뜻이 있었다고 믿는다. 만일 내게 그 돈이 있었다면, 그것을 굴리고 굴리며 참으로 교만했을 것 같다. 그 교만함을 걱정하셔서 마지막까지, 바닥까지 내려놓게 하고, 나를 무릎 꿇게 하신 것 같다. 이제는 그 돈이 없어도 그렇게 마음 편할 수가 없다. 내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인데, 욕심부릴 것은 또 무엇인가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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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의 이혼 소식, 나도 마음 아팠다

 어디에서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그 사람(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이름을 같이 떠올린다. 예전에는 그런 일들이 정말 싫었다. 나를 보며 이미 끝난 인연인 사람을 연결하는 것도 싫었고, 그런 얘기를 건네는 사람은 그 사람 자체가 미워질 정도로 불편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런 일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어차피 그것이 내 운명이었고, 그 사람은 아이들 아버지이기 때문에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가는 이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자르고 끊는다고 해도, 그건 끊어질 수 없는 이름인 것을. 그 사람이 얼마 전 장은영 씨와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참 안 좋았다. 그 얘기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본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마지막 눈감는 날까지 함께할 것처럼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결혼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헤어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사람 성격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이야기가 만천하에 알려졌으니,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일지 안 봐도 알 것 같다. 그저 빨리 추스르기만을 바랄 뿐…. 건강도 회복하고, 아이들과도 정 깊은 부자지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Queen 취재팀 김은희 기자 (kimeh@que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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