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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리는 사람들] 지적장애인 디자인 자활공동체 ‘예손

[씨 뿌리는 사람들] 지적장애인 디자인 자활공동체 ‘예손

입력 2010-01-10 00:00
업데이트 2010-01-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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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창을 그리다

목요일 오후 2시, 서울 강북구 번2동에 위치한 코이노니아 예손 작업실에선 성인 지적장애인들의 그림 그리기 수업이 한창이다. “오늘은 소풍에 대한 기억을 얘기해봅시다.” 2년 동안 지적장애인들을 지도해온 박수진 선생님(40세)이 주제를 말하자 스물한 명의 학생은 하나 둘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이야기를 시작한다. “즐거웠어요.” “왜 즐거웠어요?” “도시락이 맛있었어요.” “자, 그럼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림으로 표현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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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시작된 ‘예손’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성인 지적장애인들을 선발해 이들의 예술적인 감각을 이끌어내고 그림을 통해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자활기관이다.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지적장애인들은 이곳에서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작년 10월엔 서울 인사동에서 ‘소통과 관계’라는 주제로 ‘제4회 서울 지적장애인 미술작품전’이 열렸고, 이들이 그린 그림은 카드, 달력, 다이어리 등으로 제작되어 전국 10여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사보 표지나 단행본 삽화를 의뢰받아 그리기도 하는데 판매 수익금은 모두 본인에게 돌아간다. 송병준 시설장은 이들도 어엿한 작가라고 말한다. “적은 돈이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고 화가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 그게 우리의 보람이고 목표고 우리가 꿈꿔가는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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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집> 내가 미래에 살고 싶은 집을 즐겁게 상상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최미애, <집> 내가 미래에 살고 싶은 집을 즐겁게 상상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자신의 그림을 발표하는 시간. 박수진 선생님과 학생들은 “브라보!” “잘했어!” 하며 서로를 응원해준다. 하지만 제대로 된 미술교육 한번 받아본 적 없는 데다 집 밖에 나간 적이 없어 보고 경험한 것이 전무하다시피 한 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밖으로 나가 자연체험, 문화경험, 사회적응훈련을 하는 등 바깥세상을 체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함께 어울리면서 점점 세상을 보는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비로소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림이 어둡고 단순해요. 색도 뭉개놓다시피 하고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통해 화면 구성력이나 표현력도 좋아지고 그림이 점점 밝아지고 다양해져요.”무엇보다 좋은 점은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병도 치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한 친구가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훌쩍훌쩍 우는 거예요. ‘선생님 제 마음에 사랑이 없어진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랑은 다시 생겨나는 거니까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그리면 된다고 했더니 바로 웃으면서 ‘네, 그럼 해볼게요’ 그러는 거예요. 가슴이 뭉클했죠.”그러고 나서 그린 그림엔 하트가 가득했다고….

“지적장애인들이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들에게도 자기표현의 욕구가 있고 예술적인 표현능력도 있어요.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면 언젠간 훌륭한 화가가 나오지 않겠어요? 아름답고 경이로운 장애인들의 도전입니다.”

글, 사진 박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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