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앤 크라이 존

키스 앤 크라이 존

입력 2010-04-18 00:00
업데이트 2010-04-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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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돌아와 점수 발표가 나기를 기다리는 장소를 ‘키스 앤 크라이 존(Kiss and cry zone)’이라고 한다지요. 참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그곳은 제2의 경기장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감격적인 표정으로 그 장소에 앉아 있는 선수와 코치가 있는가 하면 담담한 표정이거나 속상한 표정으로 ‘Kiss and cry zone’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곳에 앉아 점수가 발표되기를 기다리는 순간은 얼마나 길게 느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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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Kiss and cry zone’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현관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현관문을 열자마자 달려들며 “엄마, 나 오늘 좋은 일이 있었어요” 하고 두 팔을 벌리기도 했습니다. 또 참고 참은 눈물을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쏟아내던 날도 있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현관에서 기쁨과 슬픔을 다 표현하던 아이들, 그리고 가족들을 생각하면 ‘현관’이야말로 집에서 가장 소중한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관’이란 원래 불가의 용어라고 합니다. ‘현묘한 길로 들어서는 관문’이라는 뜻이라지요. 단순한 출입문이 아니라 중요한 문이라는 뜻을 지닌 ‘현관’은 가족의 기쁨과 슬픔을 제일 먼저 마중하고 품어주는 ‘Kiss and cry zone’이기 때문에 더 소중합니다. 현관에서 그 기쁨과 슬픔을 따뜻하게 마중해주고 배웅해주고 싶습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서 신발을 벗을 때 하루분의 고단함과 속상함도 다 벗어놓을 수 있도록….

김미라-라디오를 사랑하는 이. 고생을 하고도 황폐해지지 않은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 인본주의자. KBS 1FM ‘당신의 밤과 음악’의 작가입니다. 에세이집 〈위로(Comfort)〉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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