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좋아, 언니가 더 좋아?

엄마는 내가 좋아, 언니가 더 좋아?

입력 2011-10-23 00:00
업데이트 2011-10-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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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호 특집 ‘둘째아이’를 읽다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다. 큰아이가 낮잠 자는 틈을 타 둘째와 놀아주다 첫째에게 들킨 어느 아빠의 이야기였다. 바람피우다 들킨 사람처럼 순간 얼어붙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서로 먼저 챙겨달라 울어대는 상황은 정말 생지옥이 따로 없다. 그 글을 읽으며 큰아이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이었을 때 일이 떠올랐다. 외출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서로 먼저 안기려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얼른 한 아이씩 양팔에 끌어안고 “엄만 너도 사랑하고 너도 똑같이 사랑해”라고 말해준 뒤 놀이를 계속하게 해 싸움이 커지지 않았다.

형제간 싸움의 원인이 아이들 자신에게 있을 때도 있지만, 취학 전에는 부모의 사랑을 더 얻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형제끼리 싸운다. 부모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싸움도 자연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영유아기에 받지 못한 사랑은 나이가 들어도 심리적인 허기를 느끼게 한다. 어떻게 하면 자녀 한 명 한 명이 모두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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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공정한 부모 되기

영유아기의 사랑은 사소한 일들로 채워진다. 아이의 존재 자체를 기뻐하며 즐거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뭔가 성취해서 보여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아이 사랑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영유아기에는 무언가를 많이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함께 웃고 즐기고 놀아주자. 학업 성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아이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은 일상의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동생이 태어나 기르기 힘들다며 큰아이를 할머님 댁으로 보내 키우면 아이는 동생 때문에 부모님 사랑을 빼앗겼다며 분노한다. 형제 싸움이 났는데 무조건 “형이니까 네가 참아라” 한다든지 “동생이 형에게 빡빡 대들면 못 써” 하면 형이건 동생이건 자신이 부당하게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부모가 한 아이만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도 자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어린 시절 큰언니만 칭찬하는 엄마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둘째 동생이 형제자매들을 다 모아놓고 “큰언니하고 놀지 말자. 엄마는 큰언니만 예뻐하잖아” 했던 것이 그 예이다. 그 둘째 동생은 아직도 큰언니인 나를 미워한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를 소중한 존재로 인정하고 다른 아이와 절대로 비교하지 말자. 한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키가 작아도, 뚱뚱해도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언니는 잘하는데 너는 이게 뭐야?” 하지 말고 “언젠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면 열심히 할 걸 알아” 하며 기대해주고 기다려주자.

싸움을 통해 사회적 합의과정을 배운다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났을 때 절대로 한 아이만 칭찬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왜 만날 싸우니?” 하며 성가시거나 화나는 일로 여기지 말고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볼 기회구나’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조정해보자.

먼저 싸우는 아이들을 양팔로 꽉 안고 이렇게 말한다. “자 이제 말해보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너희들이 이렇게 화났어? 먼저 ○○가 이야기해봐” “그렇지. 그래서 너는 화가 났구나. 그럼 이번엔 △△가 얘기해봐.”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경험하면 아이들의 화도 가라앉는다. 그다음에는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파악한 후 이를 서로 인정하게 해야 한다. “그럼 이번엔 ○○가 잘못했으니 미안하다고 하자.” “너도 용서하고 다시 놀아봐. 지금 놀기 싫으면 좀 혼자 있어도 좋고.” 그리고 “참 앞으로는 싸울 때 말로 싸우면 더 고맙겠어. 누군가가 다치면 우리 모두 힘들어지니까”라고 덧붙여 말해둔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하루아침에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자 아이들은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 따라서는 이런 일을 만 번도 더 해야 하는 때가 있다. 그래도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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