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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이, 지금 행복한가요?

당신의 아이, 지금 행복한가요?

입력 2012-01-15 00:00
업데이트 2012-01-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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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기관에서 전국 24개 초등학교 4~6학년 1,496명을 대상으로 행복 정도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중 ‘행복하다’고 답한 학생은 23.9%에 지나지 않았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답변이 38.9%, ‘조금 불행한 것 같다’는 답변이 10%, 심지어 ‘매우 불행하다’는 답변도 3.1%였다. 즉 절반이 넘는 아이가 행복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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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내 아이가 성공해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기 싫다는 공부를 억지로 시키고 성적표의 숫자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물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인내하고 노력하는 과정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자긍심을 키워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성숙은커녕 부모들이 바라는 ‘성공’에서도 멀어진다.

행복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에드 디너 미국 일리노이드대 교수는 17세에 행복도가 높은 아이일수록 40세에 연봉을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는 “행복한 사람들은 결혼생활이나 우정, 수입,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제 부모는 교육의 목적을 ‘성공’이 아닌 ‘행복’에 두어야 한다. 행복한 아이에게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산물이다. 아이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 중 그 첫 번째는 ‘자기결정력’이다. 자기결정력이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한 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말한다. 그렇다고 아이가 무엇을 택하든 내버려두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믿고 도전의식을 가지며,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 향상될 수 있는가를 점검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자기결정력도 연습이 필요해

하버드대의 탠 키들론 교수는 1,100명의 부모와 7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자기결정력과 행복한 성장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아이일수록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어려서부터 자기 책임 하에 어려운 결정을 많이 해본 아이들일수록 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학습했기 때문에, 행동의 선택과 결정에 그만큼 더 신중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자기가 결정하고 선택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연습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유치원생 아이가 있는 집의 아침 풍경을 떠올려보자. 아침에 못 일어나는 아이를 억지로 깨우고 아침밥 안 먹는다고 떼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수저와 밥그릇을 들고 따라다닌다. 아이가 입고 갈 옷을 골라주고 양말을 신긴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간식 챙겨먹이고, 어르고 달래 학원 보낸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오늘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숙제를 시킨다. 잠자리에 들 때도 양치는 했는지 잠옷으로 갈아입었는지 일일이 챙긴다.

엄마들에게 아이의 생활을 모두 챙겨주는 이유를 물으면 “아이가 하지 못하니까” “아이가 시간이 없으니까”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엄마가 모든 것을 해주는 습관이 들면 아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게 되고, 자기결정력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은 어느 한 순간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천천히 쌓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자기 결정력을 심어주려면 부모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도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경우를 생각해보자. 다양한 아이스크림 종류 중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는 부모는 현명하다. 자기가 선택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는 맛이 없더라도 불평하지 못하고, 다음번엔 잘 고르겠다는 다짐할 것이다. 반면 엄마가 고른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는 엄마 탓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던져버릴 가능성이 크다. 장차 누가 아이스크림 고를 때 더 신중해지겠는가? 자기가 결정하고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교훈을 누가 더 얻겠는가?

문용린_ 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입니다.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 <열 살 전에 사람 됨을 가르쳐라>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최고의 유산> <행복한 성장의 조건> 등의 책을 썼습니다. 내 아이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행복하게 만들라고 말하는 그는 격월로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조언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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