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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역관이 일본에 비밀 한글 편지를 보낸 이유는?

조선 역관이 일본에 비밀 한글 편지를 보낸 이유는?

입력 2015-09-07 10:30
업데이트 2015-09-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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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대마도 종가문고 한글 서간’ 학술대회 개최

”이렇게 편지하는 것은 피차 죽을 죄이지만 큰일이므로 헤아리지 않고 기별하니 이 일을 내외의 동생 같은 사이라도 알게 하지 마시고 이 편지는 바로 불태워 버리십시오.”

조선 역관 최경이 1805년 6월 22일 일본측 조선어 통역관인 오다 이쿠고로(小田幾五郞)에게 비밀리에 보낸 한글 서간의 일부 구절이다. 편지 내용이 드러날까 우려한 최경은 가늘고 기다란 문서 12장에 편지를 나눠 써서 부쳤다.

그는 최국정과 함께 1798년 통신사의 종착지를 에도가 아닌 대마도로 바꾸는 역지통신(易地通信)을 허락받겠다는 조건으로 일본 강정역관인 도다 다노모(戶田賴母)로부터 뇌물을 받고 문서를 위조한 바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발각돼 유배길에 나선 최경은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일본 역관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풀려날 방도를 찾기 위해 밀서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최경과 최국정은 결국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역관들이 주고받았던 서한을 통해 당시 한글의 특징과 역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마련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11일 박물관 강당에서 ‘대마도 종가문고(宗家文庫)에 소장된 한글 서간류에 대한 종합적 검토-18∼19세기 조선과 일본 역관의 한글 서간과 각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대마도 종가문고는 대마도를 다스린 번주인 종씨(宗氏·소씨) 가문이 갖고 있던 문서 12만여점으로, 대마역사민속자료관에는 한국과 일본 역관들이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 작성한 편지 114통이 남아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시타 후미타카 일본 오사카대 교수가 ‘대마도 종가문서 한글 서간류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기조 발표를 한다.

이어 편지에 사용된 문자 표기, 어휘의 특징, 문법의 양상 등 언어적 특성을 정리한 논문과 서간을 통해 조선통신사의 활동과 역할을 들여다본 논문이 발표된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18∼19세기 외교에서는 주로 한문으로 문서를 작성했는데, 조선과 일본 역관들은 한문이 아닌 한글로 의사소통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그들이 주고받은 한글 서간은 언어학은 물론 역사학적 관점에서도 관심을 끄는 사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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