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미국 횡단 열정대학생 전북대 이우찬씨

‘두바퀴로 미국 횡단 열정대학생 전북대 이우찬씨

입력 2015-09-17 09:09
업데이트 2015-09-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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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간 미국 6천㎞ ‘무전여행’…비행기 세계일주 위해 ‘파일럿’ 준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혼자서 페달로 밟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착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레돈도 비치에 서서 저물어가는 해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홀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거뭇거뭇한 얼굴로 미주 대륙을 횡단하고 돌아온 전북대 무역학과 4학년 이우찬(26)씨는 16일 전북대 교정에서 ‘마지막 그날’을 회상하며 입을 뗐다.

이씨는 지난 5월 같은 학과 동년배인 정준호(26)씨와 함께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로스앤젤레스까지 90일 일정의 ‘무전’(無錢)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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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미주 횡단에 도전한 전북대학교 무역학과 이우찬(왼쪽), 정준호씨. 이들은 70일간 자전거를 타고 뉴욕에서 출발해 LA까지 미국 72개 도시를 거쳐 미주를 횡단했다.
자전거를 타고 미주 횡단에 도전한 전북대학교 무역학과 이우찬(왼쪽), 정준호씨. 이들은 70일간 자전거를 타고 뉴욕에서 출발해 LA까지 미국 72개 도시를 거쳐 미주를 횡단했다.


이들은 여권 도난이나 부상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금 100만원을 빼고는 한 푼도 지참하지 않고 72개 도시를 거쳐 미국을 횡단하기로 했다.

국내 한 여행사와 자전거 업체의 지원을 받아 이들은 5월 12일 뉴욕땅을 밟았다.

무전여행이었기에 몇 다리를 건너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 잠자리를 구하고 끼니도 우연히 만난 여행객이나 알음알음 아는 사람을 통해 해결했다.

타오르는 열정, 벅차오르는 가슴과 달리 예상외로 고비는 첫날에 찾아왔다.

이씨는 “뉴욕에서 출발해 펜실베이니아주를 지나는데 왠 산이 이렇게 많은지, 절여오는 허벅지 근육과 정강이 근육에 거의 포기상태였다”며 “한 걸음만 더 내딛자는 생각으로 한치 앞만 보고 페달을 밟았다”고 당시의 고충을 설명했다.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몸과 마음이 환경에 적응해갈 즈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는 이씨.

이씨는 챙겨갔던 침낭과 텐트는 내팽개치고 여행자 커뮤니티인 ‘카우치 서핑’이나 ‘웜샤워’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사이트를 통해 무료 숙박을 하고, 기회가 되면 사이트 회원들과 여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낯설고도 유쾌한 만남이 이어지던 중 ‘긴박했던’ 만남도 있었다.

여행을 시작한 지 열흘 만인 5월 22일 웜샤워를 통해 만나게 된 친구와 카약을 타러 가던 중 9명의 지체장애인이 타고 있던 밴이 눈앞에서 전복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두 청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 장애인들을 차 안에 끌어내고 911에 도움을 요청했다.

옷이 시뻘겋게 물드는지도 모른 채 의식이 없는 한 장애인에게 인공호흡은 하던 찰나 주위를 보니 저마다 상처를 입은 사람을 붙잡고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다.

이씨는 “까만 피부든 황색 피부든 관계없이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는 선진 시민의식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횡단을 하던 중 소중한 인연과 헤어지기도 했다.

이씨와 함께 라이딩을 하던 정씨가 여정 중반쯤 건강이 나빠져 먼저 한국행 비행기에 탄 것이다.

이씨는 “횡단 경로와 방법을 놓고 티격태격했던 친구 없이 배낭을 자전거에 싣고 달리는 길이 외로워 서쪽 하늘을 보며 많이도 울었다”며 친구의 중도 포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횡단이었다”며 “모든 사람이 똑같이 걷지 않는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이 있었기에 더 소중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7월 22일 로스앤젤레스 레돈도 비치에 도착하면서 70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평탄한 길을 거부하는 이씨는 부하직원이 진심으로 따르는 CEO가 되고 싶다면서도 비행기로 세계일주를 하기 위해 파일럿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씨는 “또래 친구들이 스펙 쌓고 취업 걱정하느라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걱정은 잠시 떨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걷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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