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패션청년’ 하늘무대 하얗게 수놓다

‘75세 패션청년’ 하늘무대 하얗게 수놓다

입력 2010-08-13 00:00
업데이트 2010-08-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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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지병으로 별세

앙드레 김은 전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패션 거장이었다. 1935년 서울 구파발에서 태어난 그는 1961년 고(故) 최경자씨가 서울 명동에 설립한 국제복장학원 1기생으로 입학했다. 1962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첫 패션쇼를 열었으며 1964년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신성일·엄앵란 부부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70년대 앙드레 김 원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12일 오후 7시25분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사진은 1970년대 한국 최초의 할리우드 스타 필립 안을 환영하는 리셉션에서 배우 최은희(왼쪽), 윤정희(오른쪽)씨와 대화를 나누는 앙드레 김(가운데). 연합뉴스
70년대 앙드레 김
원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12일 오후 7시25분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사진은 1970년대 한국 최초의 할리우드 스타 필립 안을 환영하는 리셉션에서 배우 최은희(왼쪽), 윤정희(오른쪽)씨와 대화를 나누는 앙드레 김(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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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프랑스 파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이집트 피라미드 앞 등 세계적인 명소에서 수많은 패션쇼를 열어 그의 독창적인 패션을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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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이 패션뿐 아니라 특유의 화법과 흰옷만을 고집한 개인적인 스타일로 유명세를 치른 것은 1992년 이른바 ‘옷로비 사건’ 때문이었다.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자리에서 본명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겪기도 했으나 그의 말투를 따라하는 연예인들이 생기면서 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1992년 IOC 초청 패션쇼 리셉션 원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12일 오후 7시25분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사진은 1992년 IOC 초청 앙드레 김 패션쇼를 마치고 나서 열린 리셉션 룩셈부르크 조세핀 샤로타 왕비 등 주요 인사들과 인사하는 앙드레 김. 연합뉴스
1992년 IOC 초청 패션쇼 리셉션
원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12일 오후 7시25분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사진은 1992년 IOC 초청 앙드레 김 패션쇼를 마치고 나서 열린 리셉션 룩셈부르크 조세핀 샤로타 왕비 등 주요 인사들과 인사하는 앙드레 김.
연합뉴스


앙드레 김은 ‘민간 외교사절’로도 활약했다. 앙드레란 이름도 프랑스 외교관이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려면 부르기 쉬운 외국 이름이 있어야 한다며 붙여준 것. 주한 외교사절을 초청한 패션쇼를 정기적으로 열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명소에서 패션쇼를 열어 한국 패션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그의 쇼는 유행 패션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보다는 앙드레 김이 가진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미적 감각을 옷으로 표현하는 한 편의 예술적인 영화와도 같았다. 새로운 디자인을 소개하는 패션쇼는 보통 20분이면 끝나지만 앙드레 김은 한 시간 가까이 100벌 이상의 옷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일곱 겹의 색깔이 각각 다른 일명 ‘칠겹 드레스’는 꿈과 환상을 추구한 앙드레 김 예술세계의 결정판이었다.

앙드레 김과 브룩 실즈 원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12일 오후 7시25분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사진은 1987년 브룩 실즈, 그녀의 어머니와 대화하는 앙드레 김. 연합뉴스
앙드레 김과 브룩 실즈
원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12일 오후 7시25분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사진은 1987년 브룩 실즈, 그녀의 어머니와 대화하는 앙드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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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었던 앙드레김 패션쇼 한국 패션의 거목 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75)씨가 12일 오후 7시25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앙드레 김은 지난달 말 폐렴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사진은 2010년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 고인의 패션쇼는 사랑, 이별, 아픔과 결혼이라는 주제들이 승화 돼 한편의 드라마처럼 관객들에게 다가섰다. 연합뉴스
스토리가 있었던 앙드레김 패션쇼
한국 패션의 거목 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75)씨가 12일 오후 7시25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앙드레 김은 지난달 말 폐렴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사진은 2010년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 고인의 패션쇼는 사랑, 이별, 아픔과 결혼이라는 주제들이 승화 돼 한편의 드라마처럼 관객들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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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배우, 운동 선수, 정치인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외국 스타로는 마이클 잭슨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브룩 실즈도 그의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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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의 패션쇼는 최고의 스타 커플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마를 맞대는 장면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패션쇼의 영화적인 연출은 고인의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다. 젊은 시절 그는 ‘비오는 날의 오후 3시’라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한때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2002년 펴낸 회고록 ‘마이 판타지’에 따르면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퍼니 페이스’를 본 뒤였다고 한다.

외국어를 많이 섞어서 쓰는 독특한 말투도 일찍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리, 뉴욕 등 외국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서였다. 흰색을 가장 좋아하고 ‘완벽한 색’이라고 생각했던 앙드레 김은 평소 흰색 옷만을 고집했다. 패션쇼에서도 노출이 많거나 파격적인 디자인을 피하고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한국적인 미를 추구했으며, 외국에서 쇼를 열 때는 현지의 고전적인 디자인과 색깔을 응용했다.

말년의 앙드레 김은 패션뿐만 아니라 보석과 도자기, 속옷, 안경,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로 ‘앙드레 김’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였으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의 마지막 패션쇼가 된 무대는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프리뷰 인 차이나 2010-앙드레김 패션 아트 컬렉션’이었다.

당시에도 몸이 불편했지만 직접 무대에 올라 메인 모델로 선 정겨운과 이수경의 연기를 꼼꼼히 지도했다. 앙드레 김은 또 “중국 자금성에서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8-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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