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국금융 해외서 길 찾다] (3)국민은행 도쿄지점 현지화 성공비결

[글로벌 한국금융 해외서 길 찾다] (3)국민은행 도쿄지점 현지화 성공비결

입력 2011-07-06 00:00
업데이트 2011-07-06 00: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저위험·고수익 부동산대출 공략… 1년만에 순익 143%↑

일본 도쿄 찌요다구 유락초는 일본 금융의 중심지다. 일본의 3대 대형은행인 미쓰비시 도쿄UFJ 은행, 미즈호 은행,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의 본점이 인접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은행과 증권사가 모여 있는 서울 명동이나 여의도 금융타운에 해당한다. 이곳 한복판에 국민은행 도쿄 지점이 있다. 이렇다할 간판은 없다. 빌딩 14층에 489㎡(148평) 크기의 공간을 빌려 점포와 사무실로 쓰고 있다. 겉보기는 작지만 지난해 7억 3600만엔(약 95억 6800만원)의 순이익(세후)을 거둬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17억 1400만엔의 적자를 냈던 전년보다 이익이 무려 142.9% 늘었다.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일본 대형은행들도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일본의 금융 중심지인 도쿄 찌요다구 유락초 덴키 빌딩(오른쪽) 14층에 국민은행 도쿄 지점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은행 제공
일본의 금융 중심지인 도쿄 찌요다구 유락초 덴키 빌딩(오른쪽) 14층에 국민은행 도쿄 지점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은행 제공


●담보 평가시 반드시 현장 방문

국민은행의 모기업인 KB금융지주는 도쿄 지점을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평가한다. 이곳에서 쌓은 영업 노하우를 해외 진출 전략의 밑거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자산(지난해 말 기준)은 전년보다 21.8% 증가한 821억 6900만엔(약 1조 846억원)으로 국민은행 11개 해외 지점 총 자산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성공 비결은 저위험·고수익 대출을 늘리고 조달 비용을 낮춘 데 있다. 특히 일본 금융회사들이 주목하지 않은 틈새시장인 부동산담보대출을 늘린 전략이 주효했다. 일본 은행들은 한국, 미국 등과 달리 담보 물건이 우량하다고 대출을 많이 해 주지 않는다. 오랜 기간 거래를 통해 신용을 쌓아가면서 대출량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일본의 금융 관행이다.

이 때문에 담보 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기업 또는 개인의 대출 수요가 많은 편이다. 국민은행 도쿄 지점은 이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의 리스크(위험)를 줄이려면 담보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경락률 제도가 없는 탓에 담보 평가가 까다롭다. 경락률이란 부동산 시장에서 지역별, 건물 형태 및 용도별로 형성된 경매 낙찰가율로 담보 가치를 매기는데 참고가 되는 수치다. 일본의 부동산은 경락율이 없는 대신 건물 위치가 지하철 역세권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출입구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행 도쿄 지점은 담보 평가시 현장 방문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안덕민 부지점장은 “담보 평가는 일차적으로 외부 부동산 감정 전문업체에 맡기지만 대출을 승인하기 전에 지점장 또는 부지점장이 부동산 현장을 직접 가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대출이 실행된 뒤에도 자금 회수에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한다. 부동산 임대업체의 경우 임대수입의 변화를 체크하고, 식당은 월별 매출액 및 테이블 회전수까지 꼼꼼하게 분석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파악하고 있다.

●조달금리 1.12%… 업계 최저 수준

조달 비용이 크게 하락한 것도 이익 증대에 영향을 끼쳤다. 일단 예수금이 크게 늘었다. 일본 금융시장은 사실상 제로금리로 운영되고 있어 예·적금 금리가 1%대로 매우 낮다. 은행 입장에서는 싸게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예수금(평균 잔액 기준)은 2009년 98억 8100만엔에서 지난해 218억 2500만엔으로 150.5%나 증가했다. 전체 조달 자금에서 예수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8%에서 27.4%로 2배가량 커졌다.

일본 은행에서 엔화 차입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도 2009년 2.14%에서 지난해 1.12%로 1.02%포인트 낮췄다. 이인영 지점장은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 대형은행과 협상을 통해 조달금리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이 연간 5억엔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산 확대를 통해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국민은행 도쿄 지점은 올해는 리스크 관리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동안 회복세를 보인 일본 부동산 경기가 동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침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체 중인 대출의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등 신용 위험을 사전에 관리해 자산 건전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오사카 지점 개설 검토

영업 목표도 다소 낮춰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말 추정 자산은 지난해보다 6.4% 증가한 874억 1300만엔이 될 전망이다. 예수금은 지난해보다 33.5% 늘리고 대출은 지난해보다 2.2%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내 영업 환경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인 영업을 해 오던 일본 대형은행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자사와 거래 실적이 없는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우량 고객 정보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계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09년 일본 현지 법인인 SBJ를 출범시킨 신한은행은 본부 및 일본 전역에 6개 지점을 설립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은 일본 내에 도쿄 한 곳에만 지점을 갖고 있어 외환은행 등 경쟁 은행과 비교해도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부족한 편이다.

국민은행은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 제 2도시인 오사카에 지점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사카에는 전체 재일동포의 46%에 달하는 21만명이 거주하고 있어 잠재 고객이 풍부하다. 또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복구 사업 참여를 위해 일본 진출을 원하는 한국 중소기업이 많아 이들의 금융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고려하고 있다.

도쿄·오사카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07-06 18면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고,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로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