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시대 열린다] 길에 버리는 돈, 화상회의가 답… 국회 협조 절실

[세종시 시대 열린다] 길에 버리는 돈, 화상회의가 답… 국회 협조 절실

입력 2012-01-02 00:00
수정 201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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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다원화 시대… 예상 부작용과 대안은

현재 과천에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11개 부처가 입주해 있다. 대전청사에도 8개 청이 둥지를 틀고 있다. 격월로 국회가 열릴 때면 이들이 전세 낸 관광버스나 관용차들로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은 북새통을 이룬다. 국회 내 회의실 밖에서 하염없이 대기하는 공무원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을 만큼 일상화돼 있다.2014년 말까지 17개 부·처·청과 20개 소속 기관이 세종시에 자리 잡는다고 가정해 보자. 행정부처 다원화 시대가 열리게 되면 이들이 국회 및 다른 부처와의 업무 협의를 위해 길에서 버려야 하는 시간과 비용은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당초 세종시 부처 이전을 결정했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고서 작성만큼 부처 간 혹은 정부와 국회 간 업무 협의가 주요 정부 업무인 데다 전화 통화보다는 대면(對面) 문화가 익숙한 관가 정서를 감안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남은 과제는 이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의 수립과 실행이다.

우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대안으로 내놨다. 물론 예산권을 가진 기재부나 인사권을 가진 행안부가 여전히 ‘갑’의 입장인 만큼 굳이 ‘을’을 만나러 먼 발걸음을 뗄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다.

두 번째 대안은 결국 화상회의의 일반화다. 부처 다원화 시대에 가장 필요한 하드웨어다. 사실 정부 부처 간 대면 문화 파괴는 그나마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지금도 자료를 싸들고 국회에 매달려 있는 정부 업무 문화를 감안할 때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행안부는 현재 국회에 영상회의실 설치를 검토 중이다. 국회와의 협의는 내년부터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부는 언제 어디서나 내 컴퓨터 파일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 센터’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행안부는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11층에 스마트 워크 센터를 열었다. 총 53석과 영상회의실 및 일반회의실이 각각 1개로 이뤄져 있다. 센터에서도 사무실 개인 컴퓨터 파일에 접속할 수 있어 출장 시 자료를 별도로 저장할 필요가 없다. 부처마다 서울 분소를 둘 경우 자칫 행정도시의 대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거리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종시를 인구 50만명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종시 건설에 들어간 돈은 1조 6000억원. 2030년까지 총 8조 5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매년 행정복합도시건설특별회계 계정에 관련 예산을 미리 정해 지출하도록 돼 있다. 참여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51조에 총 8조 5000억원을 쓰도록 액수까지 명시해둔 덕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부처 이전 일정, 주거와 교육에 대한 인프라 투자, 그리고 대통령기획관, 예술아트센터, 국립수목원 등 생활 편의시설 개발 계획은 세종시 청사진의 8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도시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 나간다는 목표 아래 현재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한편 부처 이사 일정까지 모두 확정된 만큼 추후 변동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되는 일부 부처의 서울 분소 운영도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재난상황을 관리하는 소방방재청의 경우 국가재난종합상황실 등 핵심 부서 관련 인력만이라도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에 남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2012-01-02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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