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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제2의 인생길 위기의 베이비부머

머나먼 제2의 인생길 위기의 베이비부머

입력 2012-07-06 00:00
업데이트 2012-07-0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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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폐업의 그늘/ 살아보려 나서 봤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주방기구·가구 중고전문 점포 500여개가 모인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 주방기구·가구거리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탓이다. 폐업 후 주방기구를 팔러 온 손님들만 눈에 띌 뿐 창업을 문의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개업 후 폐업까지 걸리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신품과 다를 바 없는 깨끗한 중고 주방기구들이 여기저기 진열돼 있었다.중고 주방가구점을 운영하는 배모(50)씨의 한숨은 깊었다. 그는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60%나 급감했다.”면서 “개업을 문의하러 오는 사람들은 일주일 한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하루 4명꼴로 폐업 후 중고 주방 용품을 처리하기 위해 문의를 했다면 올해에는 평균 7명 정도로 증가했다.”면서 “지난해에 큰 식당들이 많이 폐업했는데 올해는 소점포들이 많이 폐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경기가 더 나빠졌다는 의미다. 배씨의 가게 안에는 재고품들이 가득했다. 창업하려는 이들이 준 데다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창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창업자들이 주방기구·가구거리를 찾는 피크 타임이지만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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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주방기구 상점 주인 김모(68)씨는 한 냉장고를 가리키며 재고로 쌓인 지 1년이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싱크대나 냉장고가 들어오면 평균 15일이면 팔린다. 하지만 2~3개월 지나도 안 팔리는 중고품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났다고 했다.

김씨의 이날 매출은 서울 전농동에서 분식점을 개업하려는 손님이 그릇 몇 개와 작은 싱크대를 사간 것이 전부다. 김씨 옆에서 장사를 하던 한 상인은 “특히 지난달부터 폐업을 하고 주방기구를 팔러 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요즘 50대들이 창업을 하려고 상담한다면서 간혹 들르긴 하는데 실제 주방용품을 사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퇴직자들은 자영업을 통해 성공을 하겠다는 이들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냥 먹고살면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진흥회의 2011년 자영업자 설문 결과 창업 목적이 생계유지인 경우가 80.2%였고,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서가 17.2%였다. 가업을 잇기 위해서가 1.6%, 기타가 1.1%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시장에도 빈 점포가 나오고 있다. 전체 점포수 685개 중 공점포 수는 18개. 평균 3~4개월, 길게는 7~8개월까지 점포가 빈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음식점은 5만 7445개로 2010년(4만 7933개)보다 19.8% 늘었다. 반면 신규 사업체는 5만 6192개에서 6만 1155개로 8.8% 증가에 그쳤다. 올 들어 5월까지 폐업 음식점 수는 1만 9832개다.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라 폐업 음식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2013년 창업의 굴레/ 막막해도 다시 나설밖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710만여명)의 은퇴로 내년까지 150만명이 쏟아져 나오고, 이 중 절반가량이 창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자영업에 나서면서 자영업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개업으로 ‘제2의 인생’을 위한 생활터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마저 잃고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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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봉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연구부장은 5일 “지난해에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올해 창업 준비를 마치고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면서 “고령층의 생계형 자영업자가 늘고 이들이 창업에 실패할 경우 저소득자로 전락하거나 극빈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자영업계가 퇴직한 베이비부머가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을 탕진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수(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해 8월부터 2006년 5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올해 5월까지 10개월째 늘고 있다. 지난해 말에 자영업자는 662만 9000명이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할 때 229만명 정도가 공급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이 중 영세 자영업자(소득 하위 20% 저소득층)는 170만명(25.6%)으로 추산된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중 50·60대의 비중만 유독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영세자영업자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55.7%로 3년 전 53.4%보다 2.3% 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60대는 0.2% 포인트 증가했지만, 20·30·40대는 각각 0.1% 포인트, 3.0% 포인트, 11.1% 포인트 감소했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커피 프랜차이즈와 휴대전화 소매점이 비교적 높은 수익을 거두면서 가게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면서 “최근에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매장을 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진흥원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퇴직 예정자의 49.3%가 창업 의사가 있을 정도로 자영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전문가들은 그간 인기가 있던 치킨집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내년부터 편의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음식점보다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편의점 수는 2만 650개로 전년대비 21.9%(3713개)가 늘었다.

다른 자영업을 실패한 이들이 재도전하는 경우가 전체 종사자의 40.1%에 달한다. 회사원과 공무원이 37%, 가정주부 및 미취업자가 개업하는 경우가 22.9%다. 하지만 편의점의 증가는 또 다른 사업실패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일 평균 매출액은 15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집중은 급격한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경주·이성원기자 kdlrudwn@seoul.co.kr

2012-07-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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