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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 五感을 깨우다] (2) 지자체·민간 중심 체계화된 일본의 산림치유

[푸른 숲, 五感을 깨우다] (2) 지자체·민간 중심 체계화된 일본의 산림치유

입력 2013-06-25 00:00
업데이트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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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풀뿌리’ 테라피기지 확산… 힐링하고 지역경제도 살린다

산림치유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로는 독일과 일본이 손꼽힌다. 일본은 산림 면적이 전 국토의 68.2%인 2510만㏊로 우리나라(637만㏊)의 4배에 달한다. 인프라가 풍부할 뿐 아니라 숲의 울창함(밀도)도 뛰어나다. 산림의 지속가능한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최근에는 산림치유가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일본 나가노현 아게마쯔 테라피기지의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300년이 넘은 편백나무 아래에 누워 땅속의 에너지를 흡수, 몸과 나무를 통해 하늘로 올려보내는 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일본 나가노현 아게마쯔 테라피기지의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300년이 넘은 편백나무 아래에 누워 땅속의 에너지를 흡수, 몸과 나무를 통해 하늘로 올려보내는 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일본의 산림치유는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으며, 인증받은 산림테라피기지에서만 이뤄진다. 현재 53곳이 지정돼 있다. 테라피기지는 과학적 치유프로그램 운영과 하드웨어(시설), 지역과의 연계성 등을 평가하는데 신청부터 인증까지 모두 16개월이 걸린다. 지자체마다 테라피기지를 주민복지 프로그램이자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한 ‘헬스투어리즘’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학적 검증을 거친 프로그램을 운영, 치유효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 혼슈의 중심부에 위치한 나가노현은 일본의 53개 산림테라피기지 중 9개가 집중된 산림치유의 전진기지다. 해발 1080m, 심산유곡에 위치한 아게마쯔 테라피기지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이곳은 1665년부터 나무를 베는 것을 금지한 보안림으로 1970년 아카사와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자연 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산림욕’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2006년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아게마쯔초가 주도해 테라피기지 인증을 받았다. 임도(林道·2.2㎞)는 휠체어나 노인들이 산책을 즐기는 데 지장이 없도록 설치했다. 목재칩을 깐 후 나무 껍질로 덮어 걷는데 푹신하고 비가 와도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목재를 나르던 산악열차를 관광용으로 개조해 운행하고 있다. 기지 내에서 숙박 및 취사는 금지되는데 주변에 하루가미와 게로온천 등 유명한 온천이 많아 숙식 불편에 따른 민원은 발생하지 않는다. 테라피기지 인증 후 연간 방문객이 14만명에 달한다.

휴양림 이용 및 건강상담은 무료지만 처방에 따라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유료다. 프로그램 진행은 자격증을 딴 ‘산림테라피스트’의 지도를 받는다. 전날 인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후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5만엔, 당일 체험 프로그램은 5000엔이다. 테라피 체험은 숲속에서 3시간동안 진행되는데 숲의 다양한 기능을 몸이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천천히 걷는 산책으로 시작해 산림 호흡, 요가와 기 체험, 아로마테라피 등으로 구성된다. 휴양림에서 생산, 제작한 편백나무 정유를 활용한 향 테라피가 이채롭다. 체험 전후 혈압과 맥박, 스트레스 지수 측정을 통해 체험자에게 변화를 확인시켜 준다.

일본의 산림 테라피기지에 설치된 산림치유의 효과를 설명해주는 안내판.
일본의 산림 테라피기지에 설치된 산림치유의 효과를 설명해주는 안내판.
장기적으로 아게마쯔 기지는 심신안정 및 면역증진 효과가 높은 편백나무 숲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다가시 미우라 아게마쯔초 상공관광계장은 “도쿄와 나고야를 중심으로 방문객이 많고 주로 중장년층과 단체 관광객”이라면서 “프로그램 이용자는 800명 정도로 아직은 보급단계”라고 소개했다.

시나노마치 테라피기지는 산림치유의 ‘롤 모델’로 평가받는다. 2003년 일본 정부의 지자체 통합 당시 시나노마치는 산림자원을 활용한 발전 계획을 내놓으며 ‘자립’을 주장할 만큼 산림 인프라가 뛰어나고 활용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2006년 테라피기지로 인증을 받은 후에는 지자체에 별도 관리조직(치유의 숲계)을 신설했다. 직장인의 60%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상황을 고려해 기업 유치 특화전략도 마련했다. 현재 시나노마치와 제휴를 맺은 기관은 기업과 은행, 학교 등 25개에 달한다. 지난해 제휴기관 방문객이 1568명으로 증가하는 등 일정 이용객을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도농 협력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테라피기지는 지역사회와 밀착돼 있다. 지자체가 추진한 치유의 숲 사업에 시민단체와 주민 등을 참여시켜 협력 및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이중 ‘산림요법연구회’는 치유 가이드인 ‘산림메디컬트레이너’ 양성과 숙박업소 인증 등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진다. 메디컬트레이너는 관광분야에 종사하는 40~50대 주민들이다. 60대 이상 퇴직자가 가이드로 참여하고 있는 다른 테라피기지와 차별화된다. 카운셀링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해발 800m에 조성된 테라피기지는 시설물이 없는 자연 상태다. 사용하지 않는 숲길을 정비하고 연결시켜 1.2㎞ 산책길을 조성했다. 성인 걸음으로 20~3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숲길에서 2시간 30분간 체험이 진행된다. 산책과 요가, 물 치료 등이 행해진다. 숲 속에 홀로 들어가 20분간 명상을 통해 숲과 교감하는 ‘솔로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다. 물 치료를 위한 수로도 조성했는데 철분이 함유된 물맛이 예사롭지 않다.

테라피기지는 주변에 스키장이 있어 겨울에도 진행하는데 3m 이상 쌓인 눈 속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새로운 경험이다. 프로그램 이용을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이며 값은 반나절이 1만 5000엔, 하루가 2만 5000엔으로 타 기지에 비해 높다. 더욱이 전날 미팅을 통해 몸 상태 등을 점검하고 적합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기에 숙박이 병행된다. 비용 부담만큼 서비스 및 만족도는 높다. 지역에서 인증된 숙박업소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숙박시설에서도 식이요법과 아로마테라피 등 산림치유가 병행된다. 산림치유로 발생하는 수익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소득으로 선순환된다. 산림치유에 필요한 체계는 갖췄지만 수요 증가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지만 지난해 시나노마치 산림치유 프로그램 이용자는 1319명에 불과했다.

산림청 국립백두대간산림치유사업단 이주영 박사는 “일본의 산림치유 인프라는 우수하지만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면서 지속적인 투자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지역의 자연·문화·인적 자원을 산림치유와 연계해 지역 활성화 및 치유 효과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것은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글 사진 나가노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13-06-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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