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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개도국형으로 전락...수준 낮은 제품에 주력”...日전문가 뼈아픈 지적 [김태균의 J로그]

“일본 경제, 개도국형으로 전락...수준 낮은 제품에 주력”...日전문가 뼈아픈 지적 [김태균의 J로그]

김태균 기자
입력 2022-06-10 16:31
업데이트 2022-06-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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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들 낮은 수출 경쟁력에 엔화 약세 혜택 ‘실종’
성장성 낮은 분야 강하지만, 高성장 분야는 구미에 밀려
‘저부가가치·노동집약형’ 구조...글로벌 흐름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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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투자 의결
SK하이닉스, 도시바 투자 의결 도쿄의 도시바 본사 로고 아래에 한 남성이 지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엔저(低·일본 엔화의 약세)는 일본 기업의 수출에 유리할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성장세가 강한 분야에서는 맥을 못추고 성장세가 약한 분야에서만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게 일본 기업들의 현실이다.”

한 국가의 화폐가치가 내려가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증대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의 일본은 엔저에 따른 수출 이득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일본의 베테랑 경제평론가가 진단했다. 이른바 ‘나쁜 엔저론’이다.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는 지난 8일 뉴스위크 일본판에 기고한 ‘엔저는 왜 일본에 순풍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나...개발도상국형 경제로 전락할 위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엔저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통설과 정반대의 상황이 현재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야 평론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 노무라증권 등을 거쳐 정부부처와 국책금융기관 등 컨설팅을 해왔으며, “일본은 이제 스스로 후진국이라고 인정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자국 경제의 쇠락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그는 우선 “일본 기업들의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생산거점 이전이 늘어난 것이 엔저의 이점이 발생하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7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엔화. 2022.6.7 연합뉴스
7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엔화. 2022.6.7 연합뉴스
일본 제조업은 1990년대 이후 비용이 적게 드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빠르게 생산거점을 옮겼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 기업들의 해외생산 비중은 22.4%로, 30년 전인 1990년(4.6%)의 거의 5배에 이른다. 이렇게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면 일본 국내에서의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엔화 약세의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

그는 “해외 거점들을 일본으로 U턴 시키면 엔화 약세에 따른 실적 증가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생산거점 전환 및 이에 따른 공급망 재구축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코 쉬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야 평론가는 현재 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의 햇발을 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라고 단언했다.

“일본 기업의 전세계 수출 점유율은 1990년대 이후 크게 낮아졌고, 제품의 단가도 하락했다. 일본 기업은 성장성이 낮은 분야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반면,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미국, 유럽 등 기업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즉 일본 기업들은 시장이 커지지 않아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판매가 늘어나지 않는 제품, 즉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의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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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그는 2012년 말 제2차 집권에 성공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아베노믹스’(아베+이코노믹스) 정책을 통해 경제 부흥을 꾀했으나 일본 경제의 실질적인 쇠락은 아베노믹스 기간 중 한층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 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그는 2012년 말 제2차 집권에 성공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아베노믹스’(아베+이코노믹스) 정책을 통해 경제 부흥을 꾀했으나 일본 경제의 실질적인 쇠락은 아베노믹스 기간 중 한층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
EPA 연합뉴스
그는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서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하지 못하고 국내에 남게 된 기업들은 수익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가야 평론가는 “결론적으로 일본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의 부가가치가 낮은 것이 현재 엔저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며, 이것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일본 기업은 정보기술(IT) 등 자본집약도가 해외에 비해 낮아 (바람직한 방향과 정반대인) 노동집약형으로 가고 있다. 값싼 노동력과 엔화 약세에 의존하는 사업만 계속하다가는 원가 절감 밖에는 차별화의 수단이 없는 저부가가치 제품만 만들어 결국 ‘개발도상국형 경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는 “이번 엔저는 일본의 저부가가치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며 “지금 여기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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