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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국악한류 원천 국립국악원·국립극장·한국문화의집에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국악한류 원천 국립국악원·국립극장·한국문화의집에 가다

입력 2013-04-29 00:00
업데이트 201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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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좋~다!” 흥겨움에 들썩… 국악 매력에 폭 빠진 외국인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국악연수관의 풍경은 이채롭다. 창(唱)을 하고, 꽹과리를 치고, 가야금을 타고, 춤사위를 익히는 이들이 다름 아닌 외국인들인 까닭에서다. 흥겨운 전통 가락에, 전통 춤에 매료돼 연수관을 찾은 이들이다. ‘국악한류’(國樂韓流)라는 말도 전혀 낯설지 않다. 국악연수관 안에서는 나무들마다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틔우고, 철쭉이 화사하게 꽃 향연을 시작한 계절에 장단을 맞추듯 가야금 선율이 흘렀다.

국립국악원 외국인국악강좌 참가자들이 삼고무(三鼓舞)를 연주해 보고 있다. 1993년에 개설된 국립국악원 외국인국악강좌를 통해 해마다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외국인이 우리 국악을 배워간다.
국립국악원 외국인국악강좌 참가자들이 삼고무(三鼓舞)를 연주해 보고 있다. 1993년에 개설된 국립국악원 외국인국악강좌를 통해 해마다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외국인이 우리 국악을 배워간다.
국악아카데미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판소리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국립극장).
국악아카데미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판소리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국립극장).
가야금반 수강생들이 강사로부터 음계를 직접 쓰면서 외울 수 있는 악보에 대해 배우고 있다(국립국악원).
가야금반 수강생들이 강사로부터 음계를 직접 쓰면서 외울 수 있는 악보에 대해 배우고 있다(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외국인 국악강좌 가야금반 수업시간이다. 진도아리랑, 뱃놀이타령 등 귀에 익은 음률이 현을 튕길 때마다 울다가 사라졌다. 백기숙 강사의 연주시범에 수강생들의 눈빛은 빛났다. 경이로운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실습에 들어가자 진지해졌다. ‘3분박(分拍·호흡장단의 일종)’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가장 빠른 장단인 자진모리를 따라할 때에는 호흡도 덩달아 가빠졌다. 표정도 굳어졌다. 미국에서 온 선교사 신디는 “서양악기와 달리 공들여 소리를 뽑아내야 하고, 깊고 풍부한 선율을 내는 것도 한국 전통 음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사물놀이반 놀이패는 ‘웃다리 풍물가락’에 따라 한창 신명을 냈다. 웃다리 풍물은 모내기나 김매기를 할 때 농사일의 수고를 덜고 흥을 돋기 위한 놀이다.장구, 꽹과리, 북, 징을 치는 이들의 몸놀림이 갑자기 빨라졌다. “얼씨구, 좋~다.” 우리말로 넣는 추임새도 어색하지 않다. 흥겨움에 어깨가 저절로 들썩였다. 북을 맡은 일본인 학원강사 후지하라는 “한국 국악에는 2박자, 3박자, 4박자 등 박자가 다양해 매우 흥이 난다”며 땀을 닦았다. 사물놀이패 연습에 고정적으로 참가하는 외국인은 10여명이다. ‘한국의 소리’에 빠져가고 있는 이들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스위스인 헨드리케 랑어는 전통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장구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구를 치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배운다”는 그는 “재즈와 장구 장단을 결합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며 연구 계획을 말했다.

한삼자락을 휘날리며 엉거주춤 춤사위를 따라하는 외국인들의 표정이 밝다(한국문화의집).
한삼자락을 휘날리며 엉거주춤 춤사위를 따라하는 외국인들의 표정이 밝다(한국문화의집).
강강술래를 배우는 외국인들의 동작은 어색하지만 얼굴에선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다(국립극장).
강강술래를 배우는 외국인들의 동작은 어색하지만 얼굴에선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다(국립극장).
헨드리케 랑어는 우리의 전통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장구반 수업을 진행하는 외국인이다(국립국악원).
헨드리케 랑어는 우리의 전통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장구반 수업을 진행하는 외국인이다(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외국인국악강좌는 국악을 해외에 알리는 동시에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여가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지난 1993년 장구, 가야금, 해금, 사물놀이 등 4개반으로 개설됐다. 김승규 국악진흥과장은 “외국인 국악 연수를 통해 국악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의 음악으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닦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국립극장도 올해부터 주한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무용반과 판소리반으로 구성된 ‘국악아카데미’를 신설했다. 강좌는 무료다. “강강술래~” 한국무용반의 정아름 강사가 ‘메기는 소리’를 부르자 수강생들은 ‘강강술래~’하며 ‘받는 소리’를 한다. 장단이 늦은 가락으로 시작한 춤은 이내 뛰는 것처럼 빨라졌다. 하늘로 휘젓는 손짓도, 땅에 내딛는 발짓도 서툴기는 하지만 표정이 밝디밝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최광수 예술교육팀장은 “한국의 전통예술을 배우면서 한국문화 속에 담긴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금반 수업
해금반 수업


장구반 수업
장구반 수업


사물놀이 수업
사물놀이 수업


국악박물관 견학
국악박물관 견학


가야금 수업
가야금 수업
탈춤반 수업
탈춤반 수업


가야금 수업
가야금 수업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국문화의집(KOUS)에서는 외국인들에게 ‘문화국가로서의 한국’을 알리기 위해 탈춤, 풍물 등 다체로운 전통연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낙양동천 이화정(陽洞天 梨花亭)!”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탈춤의 시작을 알리는 불림이다. 외국인들은 기다란 천을 두 손에 꼭 쥐고 춤사위를 따라했다. 엉거주춤한 자신들의 품새 탓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교환학생으로 온 러시아인 스비에타는 “짬짬이 배우는 한국의 전통문화 덕에 유학생활이 한층 즐겁다”라고 말했다.

한국 전통예술의 아름다움과 멋에 빠진 이들이야말로 우리 것을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세계에 알리는 메신저들이다. 이들의 배움은 곧 세계와의 소통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무용과 판소리, 민요, 사물놀이 등의 프로그램에 보다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2013-04-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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