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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로스쿨 1기 변호사 1451명 ‘첫발’ 떼자마자 양극화

[커버스토리] 로스쿨 1기 변호사 1451명 ‘첫발’ 떼자마자 양극화

입력 2012-04-07 00:00
업데이트 2012-04-0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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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출신 대기업이나 대형로펌行…지방대 출신 갈곳 못찾아 변협 연수

지난달 23일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 2009년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의 결과이다. 응시자의 87.15%인 1451명이 합격했다. 법률시장은 기존의 안주에서 벗어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격동의 시기를 맞았다. 그러나 법률시장의 관행은 공고했다.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서울의 주요 로스쿨 출신과 지방 로스쿨 출신들의 가는 길은 달랐다. 이른바 로스쿨 변호사들의 양극화다.

●연수기관 로펌 400명·기업 400명 등… 400명은 자비 내고 변협 신청

부산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모(31)씨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진행하는 변호사 연수과정을 신청했다. 김씨는 “우리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에서 연수 받고 싶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변호사협회에서 하는 연수를 신청하는 거지….”라고 털어놓았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소위 ‘SKY’를 비롯, 성균관대·한양대 로스쿨 졸업생들은 대부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에서 변호사 연수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연수 받을 곳을 찾지 못해 30만원을 내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마련한 연수과정을 수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은 서울 소재 로스쿨 출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자격증 몸값도 ‘뚝’… 금융권 채용 과장급서 대리급 전락

대한변협은 6일 변호사 연수과정에 로스쿨 합격자 400여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변협 측은 “로스쿨 서열화 등의 문제 때문에 학교별 신청자 수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상당수는 지방대 로스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로펌 측은 “일단 검증된 사법연수원 출신을 먼저 받아야 하기 때문에 로스쿨 출신을 많이 뽑을 수는 없는 구조”라면서 “기존의 명문대나 명문 법대 출신이 다른 대학 로스쿨 출신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로스쿨의 한 관계자는 “대형·소형을 막론하고 로펌에서 연수를 받는 졸업생 수는 많아야 400명, 대한변협 연수 400명, 기업과 금융기관이 300~400여명, 나머지 200여명은 공공기관이나 군, 공익법인 등에서 연수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적당한 연수기관을 찾지 못한 지방 로스쿨 합격자들은 대한변협 등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 인턴십 과정 지방대 8% 뿐… 학벌 서열화 심화

로스쿨 졸업 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형 로펌에서 인턴십이나 실무수습을 받은 학생의 숫자를 봐도 양극화는 뚜렷하다. 로스쿨 출신 1543명 가운데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8대 로펌에서 100명 이상 실무를 배운 로스쿨 출신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4곳으로 전체의 71.6%인 1104명에 달했다. 지방대 로스쿨생은 125명으로 8%에 불과했다. 한 지방대 로스쿨 관계자는 “인턴이나 실무수습과정을 받은 로펌에서 연수를 시작하는 일이 많은데 결국 지방대 출신은 학벌의 벽 탓에 전통적인 법률서비스 영역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서열화가 현실화되면서 기존 법률서비스 영역에 진출하는 데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공공 영역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 등을 통해 지방 로스쿨 출신 학생들의 길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신진호기자 moses@seoul.co.kr

2012-04-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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