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커버스토리-관사가 사라진다] 전국 관사 운영 현황 및 해외 사례는

[커버스토리-관사가 사라진다] 전국 관사 운영 현황 및 해외 사례는

입력 2013-04-06 00:00
업데이트 2013-04-0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방 청와대’서 전시관·어린이집·쉼터 변신, 단체장 관사 고집… 수억 들여 리모델링까지

관사는 자치단체의 수장이 머무는 공간으로 지방 권력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조선조에는 목사나 현령이 파견된 지방 도시에 관아가 자리했고, 이곳을 중심으로 행정이 펼쳐졌다.

이런 전통은 일제 패망 이후 수립된 정부 때도 이어졌다. 관사에서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VIP 접대를 위한 연회가 열리기도 했으며, 지방 각급 기관장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특히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면서 은밀한 인사청탁이나 로비 장소로도 이용됐다. 한 퇴직 공무원은 “명절 때면 관사가 북적일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고 회고했다. 충북도 한 서기관은 “옛 관사 시절에는 간부 공무원이 지사에게 인사를 청탁하기 위해 관사 주변을 서성거리다 돌아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상당수 관사가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바뀌거나 아예 폐쇄를 앞두고 있다. 지금껏 남은 관사는 단체장의 개인 집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교류 장소로서의 기능은 잃은 지 오래다. 특히 1995년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은 이후부터는 관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전국 광역단체 17개 중 14개, 기초단체는 227개 중 22개 등 모두 36개의 단체장이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 단체장 관사는 2000년 170여개에서 10년 후인 2010년 80여개로 감소했다.

광주 서구 농성동 옛 전남도지사 공관의 경우 2008년 다목적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전남도립 국극단의 공연장으로 사용되다가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이후인 2004년 광주시가 이를 인수, 공공 전시관으로 개조했다. 울산시는 관선 때 1696㎡에 지상 2층(연면적 259㎡) 규모로 지어진 시장 관사를 1996년 3월 폐쇄했다. 울산시는 이후 이곳을 공립 어린이집으로 바꿨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외부 손님 접견 등은 시장실에서 하고, 만찬 등 행사는 외부에서 하기 때문에 관사가 없어도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임광원 경북 울진군수는 최근 읍내리 군청 뒤편 100㎡ 규모의 1층 단독주택 관사를 가출 청소년 쉼터로 내놓고 인근에 사택을 구입해 이사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은 관사(85㎡)를 순천만정원박람회 조직위원들의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대전시장 관사는 2003년 4월 시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했다. 당시 리모델링비로 1억 6000만원이 투입됐다. 서구 갈마동에 있는 이 옛 관사는 부지 3902㎡에 총건평 674㎡ 규모다. 염홍철 시장은 자신의 개인 집에서 산다.

자립도가 취약한 자치단체는 부족한 곳간을 메우기 위해 관사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경북 칠곡군은 관사로 사용해 오던 102.4㎡ 규모의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전남 광양시와 경북 경산시도 관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관사는 단체장이 직접 관리하는 곳도 있지만 상당수 자치단체는 관사 유지 관리비로 연간 400만~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옛 경남도지사 관사는 그동안 도민의 집으로 활용해 오다 지난해 말 취임한 홍준표 지사의 지시에 따라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 관사(도민의 집)는 경남도청이 부산에서 창원으로 이전한 다음 해인 1984년 4월 9884㎡의 부지에 건립됐다. 본관동 724㎡와 부속동 103㎡, 정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부산시는 2008년부터 5공화국 시절 ‘지방 청와대’로 사용했던 공관 건물 2층을 관사로 활용하고, 1층은 현재처럼 ‘열린 행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산시장 공관은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1993년에 “지나치게 면적이 넓고 호화판”이라는 지적을 받아 부산민속관으로 바뀌어 일반에 잠시 공개됐으나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유야무야됐고, 1998년 7월부터 고 안상영 시장이 2004년 1월까지 관사로 사용한 바 있다. 그해 보궐선거로 당선된 허남식 현 부산시장은 개인 소유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공관 1층은 각종 행사를 위해 ‘열린 행사장’으로 사용하고 건물 밖 공간은 시민들에게 개방해 왔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은 지금껏 관사를 꿋꿋하게 고집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010년 7월 관사를 충북문화관으로 리모델링해 개방한 지 1년 만에 3억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155.5㎡ 규모의 새 아파트를 관사로 매입했다. 도는 이 아파트 관사 연간 운영비가 400여만원밖에 들지 않는다며 예산절감 효과를 홍보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민선 5기에 취임한 강운태 광주시장도 관사인 헌 아파트(2억 5000만원 상당)를 팔고 4억 3000만원짜리 새 아파트를 구입해 관사로 사용하면서 눈총을 받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006년 7월 취임 이후 도청사 뒤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 1980년 3월 준공된 도지사 관사는 대지 5263㎡, 연면적 784㎡ 규모로 한때 대통령의 지방 순시 때 숙소로 사용됐다. 이후 도지사가 규모가 큰 옛 지방 청와대를 여전히 관사로 활용한다는 비난이 일자 도는 2006년 11월 예산 3억여원을 들여 관사 1층을 ‘대외통상교류관’으로 꾸몄다. 외형상 목적은 외국 투자가, 바이어, 국내외 최고경영자(CEO) 방문 시 상담 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정작 목적에 부합해 사용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지방자치제가 일찍 뿌리내린 유럽과 미국 등은 선거로 뽑힌 자치단체장에게 공관이나 관사를 마련해 주지 않는다. 최근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광주시 한 공무원은 “주지사와 시장 등 대부분의 자치단체장은 본인의 집에서 거주한다”며 “이들이 외부 손님을 맞을 때는 집무실이나 호텔 등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중앙집권적인 전통이 강한 중국, 일본 등은 정부가 자치단체장(지방 수장)을 파견할 때 현지에 공관을 마련해 줬던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다.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공산당)가 성장이나 그 이하 단위의 시장 등을 임명할 때 관사를 마련해 주지 않고, 현지의 아파트 시세 등을 감안한 임차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가 외빈을 맞을 때 주로 이용하는 관영 호텔(영빈관)은 해당 정부의 공유재산으로 등록돼 있다.

중국에 파견됐던 한 자치단체 공무원은 “자치단체장 관사는 가족이 거주하는 집이며, 공무는 대부분 영빈관이나 주변의 호텔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의 관사 운용 형태가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곳은 일본이다. 광주시와 자매결연한 일본 센다이시 시장(민선)은 현재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개인 주택에 살며 행정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나 똑같이 민선인 인근 니가타현 지사는 니가타시에 관사를 마련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사는 우리나라처럼 니가타현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일본은 이처럼 각 자치단체의 사정에 따라 수장이 이용하는 관사를 운용하고 있다.

최종만(전 광주시 행정부시장) 광주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중앙정부가 도(道)·부(府)·현(縣) 등 하위 지자체에 부시장격인 ‘조야쿠’(助役)를 파견할 때는 현지에 관사를 마련해 준다”며 “막부시대에 각 번주가 도쿄 등에 관용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일정 기간 거주하는 전통을 바탕으로 중앙 공무원이 지방으로 파견 근무할 때는 관사를 이용하지만, 주민 손으로 뽑힌 단체장이 현지인이라면 굳이 관사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본의 자치단체마다 사정은 약간씩 다르지만 민선 단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3-04-06 14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