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 은행빚이 얼마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지 정치적인 이슈를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 불편해요.”

은행원 김모(33)씨는 “사회문제나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금, 육아정책 등 모든 게 생활과 관련되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갖게 되지만 괜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3~4년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은 사회문제나 정치에 대해 아직도 관심이 적지 않지만 입 밖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말해 봐야 뭐하냐는 생각을 갖는 이도 많았고, 괜히 속내를 드러냈다가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평소 인터넷을 통해 활발하게 댓글을 달며 자신의 주장을 펴던 주부 지모(45)씨는 얼마 전부터 인터넷 게시판 활동을 끊었다.

지씨는 “이제까지 인터넷 게시판이 세상과 나를 이어 주는 하나의 소통 창구였다.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해 갖는 생각을 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사업을 하는 남편에게 피해를 줄까봐 그냥 끊었다.”면서 “자발적으로 입을 닫았다기보다 보이지 않는 강요에 의해 입을 닫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52)씨는 술자리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그다지 입을 떼지 않는다. 김씨는 “예전에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정치인 욕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냥 말을 안 한다.”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친구들과도 생각이 많이 달라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움밖에 하는 것이 없는데 굳이 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광장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시민들도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2008년 촛불집회에는 참여했지만 그 후 집회에 참여해 본 기억이 없다.”면서 “정부도 정부지만 일방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선동하는 시민단체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진호·김동현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