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톡톡 다시 읽기] 등장인물들의 ‘상징성’ 뜯어보니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등장인물들의 ‘상징성’ 뜯어보니

입력 2010-08-16 00:00
업데이트 2010-08-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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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수많은 이미지 인물 하나하나에 투영

많은 평론가들이 ‘파리대왕’을 수많은 상징적 요소들로 겹겹이 쌓여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대장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격인 랠프는 상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성을 상징하고, 랠프에 반기를 들고 사냥부대를 이끄는 잭은 권력 지향적이고 야만적인 인간을, 그리고 랠프의 충실한 친구이자 심복 노릇을 하는 새끼돼지는 무능력한 문명을, 잭의 행동참모 격인 로저는 금기에서 해방된 파괴주의자를, 어딘가 모르게 심약해보이나 아이들의 불안을 대표적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사이먼은 순교자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품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아무리 어렵다고 소문난 작품을 읽더라도 기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리하는 일과 해결하는 일은 다르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가서 하나의 의미로 정리하는 일은 한 사건의 종결로서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순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그 사건이 해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익히 알고 있는 지식들로만 하나의 사건을, 인물을, 사물을 파악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사건은 ‘나의 이해’ 밖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이해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건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파리대왕’은 작가 윌리엄 골딩이 2차 세계대전에서 경험한 수많은 이미지들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파리대왕’은 핵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장을 본 인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다.

그러니 작품 속의 인물들이 분명 어떤 상징을 담고 있는지 파악했다고 해서 딱히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파리대왕’의 인물들과 그 상징은 2차 대전이 만들어낸 괴물이 아니다.

그들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다. 이 일상의 인물들이 바로 2차 대전이라는 잔혹한 전쟁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리고 그 끔찍한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파리대왕’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윌리엄 골딩의 질문은 책을 덮는 순간에 다시 시작인 것이다.
2010-08-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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