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평 월세살이’ 박과장 도심 내집 산 동료보다 출퇴근 11.8분 더 걸려

[단독] ‘은평 월세살이’ 박과장 도심 내집 산 동료보다 출퇴근 11.8분 더 걸려

송수연 기자
송수연, 이태권 기자
입력 2021-05-30 21:16
업데이트 2021-05-31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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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이 된 통근-집과 바꾼 삶] 서울 주거점유 형태별 출근시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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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자가보다 전월세 직장인의 출근 시간이 더 긴 서울 지역은 노원·도봉·은평 등 외곽이었다. 서울 도심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월세 임차 직장인들의 장거리 통근자 비중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서울신문과 데이터분석업체 케이스탯리서치가 30일 서울시의 도시정책지표조사 2010~2020년(통근 조사 빠진 2011년 제외) 가운데 서울 아파트 거주 통근자 11만 4918명의 데이터를 추출해 25개 자치구의 주거점유 형태별 출근 시간을 분석한 결과다.

2010년 대비 전월세 직장인들의 통근 시간이 역전된 노원·도봉·은평은 서울 가장자리의 베드타운이다. 노원구 거주 직장인들의 주거 형태별 평균 출근 시간은 월세 46.9분, 전세 40.4분으로 자가 직장인(38.2분)보다는 길다. 도봉구도 월세 45.9분, 전세 43.2분으로 자가 직장인(37.5분)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특히 은평구는 월세 직장인의 평균 출근 시간이 51.2분으로, 자가 39.4분과 11.8분이나 차이가 났다.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최근 3~4년간 집값 상승으로 인해 전월세 가격 부담도 커지면서 일부 고소득 임금 노동자를 뺀 나머지가 외곽 지역으로 밀려난 결과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위전세가격은 5억 6702만원으로 2019년 말 대비 1억 2279만원 올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7월 임대차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제가 시행된 후 재계약이 늘어난 반면 시중의 전세 매물이 줄면서 비수기에도 전세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고 말했다.

특이하게 양천구는 전세 직장인의 평균 출근 시간이 46.9분으로 25개 자치구 전세 거주 직장인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양천구는 강북권 대표 학군지인 목동이 있는 지역으로 자녀 교육을 위해 장거리 통근을 감수하는 직장인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년간 서울 자치구들의 ‘통근 불평등지수’도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통근 불평등지수는 동일 지역 내 주민들의 통근 시간 편차가 더 커지는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직주균형이 나쁜 상태를 의미한다. ‘0’(완전 평등)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낮고 ‘1’(완전불평등)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한 상태가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연구팀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분석한 서울시의 통근 불평등지수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불평등한 지역은 도봉구(0.37), 강서구(0.35), 금천구(0.35), 중구(0.34), 강동구(0.34) 순이었다. 2012년 불평등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중구(0.36), 종로구(0.35), 구로구(0.34)와 비교하면 서울 외곽 자치구의 불평등지수가 더 높아졌다.

특히 이들 지역의 통근불평등지수가 급상승한 시기는 지난 9년 중 부동산 최대 상승기인 2018~2019년과 맞물린다. 2018년 금천구 통근 시간 불평등지수는 전년도보다 0.08 올랐고, 도봉구는 2019년 전년도보다 0.03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8년 18.3%, 2019년 8.0%, 2020년 13.8%였다.

진 교수는 “통근 불평등지수가 커졌다는 의미는 직주(직장과 주거)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그 지역 내 장거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많아졌다는 뜻”이라면서 “장거리 통근이 많아질수록 개인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조건도 악화되고, 도시 공간의 비효율성도 커진다”고 했다. 서울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결과가 몸으로 체감되는 통근 불평등과 주거 형태에 따른 격차인 셈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 집값을 감당하기 힘든 계층들의 통근 시간이 길어진다는 측면에서 삶의 격차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수연·이태권 기자 songsy@seoul.co.kr
2021-05-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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