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연쇄 접촉…11일 세종시발표, 정운찬-박근혜 누가 타격받을지 주목
정부의 11일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경인년(庚寅年) 새해 정국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정부가 어떤 수정안을 발표하고, 이에 민주당 등 야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권과 야당, ‘여당내 야당’인 친박(친박근혜)계 모두 이번 싸움의 승패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 세력의 한 판 진검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여야간의 단순한 국정장악력 다툼을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세종시 수정에 총대를 멘 정운찬 총리나 수정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 둘 중 한 명이 상당한 ‘내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친이명박) 주류측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다. 수정안이 탄력을 받으면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갈 수 있지만 동력을 상실할 경우 국정장악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 변화, 더 나아가 차기 대선판도의 변화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시 논란은 또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6·2 지방선거’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수정안 발표 이후의 정국은 그야말로 여야, 여여가 복잡하게 물고 물리는 안갯속, 지뢰밭 정국이다.
수정안 발표를 나흘 앞둔 7일 현재 1차 관심사는 수정안의 내용과 충청권의 첫 반응이다. 결국 이 두가지 요인이 이번 싸움의 초반 판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삼성전자 등 기업과 대학, 연구소 이전을 골자로 한 수정안 초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한 충청권의 여론이 지금보다 나아지면 여권이 대국민설득에 나설 명분을 쥐게 되지만 수정안 자체가 변변치 못해 냉대를 받을 경우 여권 입장에선 힘든 지구전을 각오해야 한다.
여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수정안 찬반 여론이 5대 5 정도만 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의 내용에 관계없이 야당은 무조건 반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예산정국에 이어 세종시까지 밀릴 경우 더 이상 설 땅이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어 여야 대치는 한층 격화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친박 역시 반대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표의 반응 강도에 따라 친박이 현 정권과의 정면충돌을 감수한 채 처음부터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고, 반대로 여론의 흐름을 살피며 당분간 ‘로키’로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이 정면승부를 택할 경우 여권은 심각한 분열상을 노출하면서 최악의 경우 ‘분당사태’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 친이 주류측은 박 전 대표측을 자극하지 않은 채 최대한 시간을 갖고 친박 및 충청권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더욱이 약 60명에 달하는 친박 도움 없이는 수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친박 설득은 필수과제다.
8일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 회동, 9일 정운찬 총리와 한나라당 최고위원단 회동, 10일 당정청 8인 수뇌부 회동 등 여권이 수정안 발표에 앞서 잇단 물밑접촉을 갖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친이 내부에서 관련 법안을 2월 임시국회가 아닌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군사작전을 하듯 수정안을 밀어붙이면 부작용만 커지기 때문에 2월 국회 처리는 힘든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지방선거 자체가 ‘세종시 선거’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사실상 4월 국회 처리에 방점을 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정안이 통과되면 이 대통령과 친이 주류측은 힘을 받겠지만 야당과 친박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 총리는 명실상부한 여권의 차기 주자로 부상할 수 있고, 차기권력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박 전 대표는 입지가 다소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수정안 통과가 불발될 경우 이 대통령과 친이 주류측이 내상을 입게 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여권 전체가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부동의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지킬 수 있고, 민주당은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세종시가 정치적 폭발력이 커 그 불똥이 어디로 어떻게 튈 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충청권을 비롯한 여론의 흐름이 정국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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