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재보선 11일만에 특임장관 전격 발탁

‘왕의 남자’ 이재오 재보선 11일만에 특임장관 전격 발탁

입력 2010-08-09 00:00
수정 2010-08-0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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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실세 리베로’… 3기 내각 연착륙 주도할 듯

“사실상 이재오 내각이 될 수도 있다.”

7·28 재선거로 화려하게 컴백한 지 11일만에 특임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된 이재오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친서민 정책’과 ‘조율’에는 기대가, ‘집중된 파워’에는 우려가 제기된다. 스스로의 계파를 거느린 정권 실세가, ‘자리’를 통해 대통령과의 거리를 더욱 좁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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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오른쪽) 신임 특임장관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세광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나오면서 교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재오(오른쪽) 신임 특임장관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세광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나오면서 교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40대 총리 ‘착근’도 특별임무

당장 이 후보자의 내각 등장으로 당·정·청은 ‘안상수 대표-김태호 총리-임태희 대통령실장’의 ‘3각 체제’에 ‘+α’가 더해졌다. 이 후보자는 40대인 김태호 총리의 ‘착근’을 위한 장치로 작용하면서 3기 내각의 연착륙을 이끌게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재의 당·청 관계는 행정 경험이 많지 않은 40대 총리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는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불만을 제기하며 ‘당이 주도하는 정국’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1·2기 내각 당시도 당과의 사이가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었다. 2기에 특임장관직이 신설된 배경도 이런 이유에서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율’은, 자칫 ‘전횡’으로 비쳐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 상당수의 국정업무가 그의 손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그 때문에 이 후보자의 측근들은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때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보다는 4대강 사업이나 개헌, 보수대연합 등 골치 아픈 현안들을 해결하는 ‘특별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국정 후반기 이명박 대통령이 믿고 함께 갈 동지가 필요하지 않았겠느냐.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이 후보자가 국정 후반기에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레임덕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파 갈등, ‘조정이냐 폭발이냐.’

당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이재오를 위한 개각’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나온다. 개각에 앞서 이른바 ‘영포회 파문’이 터지면서 이상득(SD) 의원 계의 세력이 대폭 위축된 상황을 반영한 인사였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추후에 영포회 파문 같은 당내 권력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을 내다본 주장들이다.

친박계도 내심 상당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이재오 의원도 차기 후보군에 속하는데 진정한 조율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하겠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감에서다.

그러나 한 친이계 의원은 “이 후보자가 범친이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당·정, 당·청 간 등 각종 마찰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후보자가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통과 조율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지역구 신뢰 져버렸다 ”비판도

한편 이 후보자로서는 지난 7월 재선거에서 “은평을만 생각하겠다.”고 했다가 곧바로 입각, 지역구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는 아직 국회의원 선서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이 후보자의 보좌진은 “길게 봤을 때 정치인으로서 이재오에게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음에도 대통령의 부름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 스스로도 “영광스러운 자리 같으면 마다할 수 있지만 고난이 예고된 자리는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10-08-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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