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불법사찰 확인…‘윗선의혹’은 과제

조직적 불법사찰 확인…‘윗선의혹’은 과제

입력 2010-08-11 00:00
업데이트 2010-08-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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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11일 이인규 전 지원관 등 핵심 관계자 3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38일만에 일단락됐다.

 검찰은 이 전 지원관 등의 구속기간이 끝나 우선 기소를 한 것이지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두 달 가까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던 불법사찰 사건의 본류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수사는 숱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원관실의 조직적인 불법행위를 입증하고 추가 사찰을 밝혀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윗선’ 의혹은 끝내 확인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베일벗은 불법사찰

 사건의 발단이 된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에 대한 지원관실의 불법 사찰활동은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전 지원관 등 지원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게시한 김씨의 블로그를 문제삼아 2008년 7∼9월 김씨의 회사를 불법 압수수색하고 김씨 회사의 원청업체인 국민은행에 압력을 넣어 김씨의 대표이사직 사임과 지분 처분을 유도한 혐의가 모두 입증됐다.

 검찰은 지원관실의 증거 인멸과 피의자들의 ‘모르쇠’ 작전,통화기록 확보 실패 등의 장벽에 부딪혔지만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와 대질신문,현장조사 등의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이들의 거짓말을 깨뜨릴 수 있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부인 이모씨가 연루된 고소고발 사건의 경찰 수사 상황 등을 지원관실에서 사찰한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 점도 성과로 꼽힌다.

 검찰은 미처 삭제되지 않은 컴퓨터 자료의 정밀 분석 등으로 이들이 2008년 중순 남 의원 부부의 비위를 적발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경찰과 주변 인물을 탐문해 이씨 연루 사건의 고소장,수사 서류,이씨 회사의 자료 등을 함부로 입수했다는 혐의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증거인멸과 ‘부실수사’ 논란

 검찰은 총리실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지 나흘만인 지난달 9일 지원관실과 이 전 지원관 등 관련자 자택 등 모두 6곳을 전격 압수수색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지원관실 점검1팀에서 가져온 컴퓨터 10여대의 하드디스크가 거의 다 철저하게 훼손돼 있거나 아무런 자료를 담고 있지 않았던 것.

 3대는 하드디스크에 자성 물질을 대는 수법으로 아예 부팅이 안되도록 망가졌고,또다른 3대는 전문 삭제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를 완전히 지워진 것으로 드러났다.기획총괄과에서 추가로 제출한 컴퓨터도 마찬가지로 손상돼 있었다.

 지원관실 내 보고 문건 등의 각종 문서자료도 대부분 파쇄기를 통해 누군가 미리 없애버렸다고 검찰은 전했다.

 게다가 이 전 지원관 등이 청와대 등에 몰래 ‘비선 보고’를 했다는 의혹을 파헤치려고 이들의 개인 이메일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돼 검찰의 손발을 묶었다.

 검찰 관계자는 “하드디스크 삭제가 이번 수사의 큰 장애요인이 됐다”며 물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신속한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은 것이 증거인멸로 이어졌고,결과적으로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는데 한계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전문 프로그램을 통한 데이터 삭제는 검찰의 수사 착수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지만,하드디스크 4대를 물리적으로 훼손하거나 문서를 파기한 시점은 수사의뢰 이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윗선’으로 지목되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만 소환조사했다는 점에서 의혹의 실체를 캐려는 의지가 약했던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남 의원은 “불법사찰 배후를 확인하지 못한 부실수사다.검찰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윗선 지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의 남은 과제

 이 전 비서관 등 ‘윗선’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고 증거인멸에 관여한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남은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은 “익명의 제보로 김씨의 내사에 착수했다”는 지원관실 관계자들의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이 전 비서관 등 정권 실세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윗선과의 연결고리를 포착하면 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활동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인지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거인멸 수사는 이 전 지원관 등이 직무에서 배제됐던 지난달 초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일단 지원관실 내 제3의 인물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하드디스크의 데이터가 삭제된 시간대에 점검1팀 사무실에 출입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추려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검찰은 2008년 당시 지원관실에 파견돼 남 의원 부인 사건을 탐문한 현직 경찰 김모씨도 보강 조사를 마치는 대로 기소하고,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대한 ‘봐주기 사찰’ 의혹은 형사1부에 맡겨 본격 수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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