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국회 결산 올해는 ‘쉰밥’ 신세

‘찬밥’ 국회 결산 올해는 ‘쉰밥’ 신세

입력 2010-08-12 00:00
업데이트 2010-08-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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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이 결산과 인사청문회 준비를 동시에 하라고 지시했는데 불가능해요. 결국 주목받지도 못하는 결산 준비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11일 수북하게 쌓인 2009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보좌관은 “결산 자료를 쳐다보고는 있지만, 머릿속에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해 어떤 자료를 요청할지가 가득 차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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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결산 심사는 오래 전부터 ‘찬밥’이었다. 의원들은 내년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더 확보할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지난해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데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예산감시운동 시민단체인 ‘좋은예산센터’ 정창수 부소장은 “정부는 최대한 낙관적인 전망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만, 막상 집행하고 나면 문제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집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국회가 결산에서 찾아내 시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질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적인 예산 제도의 핵심이 국회의 통제이고 통제의 근간이 결산 심사인데, 결산이 부실해 결국 민주적인 예산 제도가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국회 결산 심의가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여야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치르느라 이미 5월에 완료된 감사원의 결산 감사보고서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오는 23일에야 비로소 상임위별로 해당 부처 결산 심의에 들어간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전까지는 결산 심의·의결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300조원에 이르는 지난해 예산 집행액을 따져보는 데 1주일밖에 시간이 없는 셈이다. 이 기간마저도 개각에 따른 총리·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겹쳐 있다. 법을 어기고 9월에 계속 심의를 하더라도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돼 철저한 심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부 예산을 앞장서서 따져야 할 민주당은 야당 몫으로 정해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15명 가운데 5명만 선임했고, 간사조차 정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예결위원 29명 가운데 21명을 예산을 처음 접하는 초선 의원들로 채웠다. 설령 꼼꼼하게 심사를 끝내 문제점을 밝혀낸다 해도 정부는 이미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끝마쳐 결산에서 지적된 사업에 투입될 예산을 변경하기도 어렵다.

정 부소장은 “결산 결과 문제점이 드러나면 감사원 감사 청구나 제도개선, 문제가 있는 사업 정리 등 시정요구를 할 수 있지만 우리 국회는 이런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면서 “결산 제도가 잘못된 예산을 합리화하는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0-08-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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