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警 겉으로 웃고, 檢 속으로 웃다

警 겉으로 웃고, 檢 속으로 웃다

입력 2011-06-21 00:00
업데이트 2011-06-21 00:4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檢 수사지휘권·警 수사개시권 모두 인정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보장하고, 경찰의 수사 개시 및 진행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0일 극적으로 합의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런 속도라면 ‘6월 입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큰 불씨를 안고 있는 ‘미완의 합의’로 법제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지 확대
엇갈리는 경찰청장·법무장관  조현오(뒤)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돌아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엇갈리는 경찰청장·법무장관
조현오(뒤)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돌아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김황식 국무총리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보유하고, 경찰은 자체적으로 수사 개시권을 갖기로 검·경 수사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형사소송법 196조 1항)’라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명문화했고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에는…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196조 2항)’고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인정했다. 또 ▲‘검사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196조 3항)’라고 명시했다.

경찰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수사 주체성이 법 조항에 명문화되게 됐다.”며 미흡하지만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과의 주종관계에서 벗어나 경찰이 상당 부분 주인의식을 가지고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롯해 참모 대부분이 이런 점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수사권 조정 작업을 한 실무팀 등 일부에서는 너무 미진하다,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혀 내부 진통이 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하는 2항은 완전히 경찰의 뜻대로 됐지만, 수사에 관한 지휘는 법무부령으로 만든다는 조항은 검찰 뜻대로 됐다.”고 자평했다. 검·경이 향후 6개월 내에 구체적으로 협의·추진키로 한 ‘법무부령’이 또 다른 수사권 분쟁의 뇌관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법무부 관계자도 “오늘 합의안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만들어진 안”이라며 “법무부령도 현실을 반영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공안뿐 아니라 조폭·마약·테러 등 범죄유형별로 분류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제한적 인정’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법무부령에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이라는 게 있다.”면서 “기존 틀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휘사항을 넣겠다.”고 밝혔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 검사도 “오늘 합의안은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면서 “법무부령에 어떤 게 반영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한찬식 대검 대변인을 통해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오늘 합의내용은 현재의 수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검사의 수사지휘 체계 내에서 경찰의 자율적 수사 개시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검찰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모든 수사 단계에서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를 더욱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이번 합의안은 기존과 변함이 없다.”면서 “수사관행도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196조 1항에 명시한 상황에서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이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의 의견은 많이 반영됐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지혜·김승훈·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6-21 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